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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골든타임’ 놓칠 위기…민간 중심 벤처생태계 구축해야”

김호준 기자I 2019.10.01 15:01:21

1일 벤처기업협회 하반기 기자간담회
벤처업계, “한국 법·제도 2차 산업혁명 수준 머물러”
‘소부장’ 국산화 위해 대기업-벤처기업 생태계 결합 절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하반기 기자간담회’에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제공)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매일 글로벌 시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기업 현장과 정부·정치권의 체감도가 너무 다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할 ‘골든타임’이 끝날 위기입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하반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이 진영논리에만 함몰돼 복합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할 정책적 대안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근대적 제도와 거미줄 규제로 벤처인들의 기업의지와 혁신동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이같이 밝혔다.

벤처업계는 이날 ‘복합적 경제위기 극복과 소재·부품·장비 기술독립을 위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벤처투자촉진법·벤처기업법 등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벤처 관련 법안의 조속 처리와 민간 중심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정치권에 촉구했다.

특히 벤처업계는 ‘벤처기업 확인제도’의 민간 이양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정부로부터 벤처기업 확인을 받은 기업들은 각종 정책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지원을 받지 못해 성장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 회장은 “벤처기업 확인을 받는 기업들은 대부분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을 받은 기업이 90% 이상”이라며 “혈세를 아무 데나 줄 수 없는 제도적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혁신의 다양성이 묻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기부는 민간의 ‘벤처확인위원회’가 벤처를 선별하고 신기술 성장유형 신설과 매출 3000억원 미만 초기 중견기업도 벤처기업으로 인증하는 혁신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아울러 벤처업계는 최근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물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힘을 합쳐 ‘한국형 협력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이미 벤처기업협회는 2년 전부터 대기업 생태계와 벤처 생태계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팀 코리아(TEAM KOREA)’ 전략을 주창했다”며 “일본 수출규제가 본격화하면서 핵심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 여부가 대기업 경쟁력과 국가경제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벤처업계는 핵심 소재부품 연구개발(R&D) 방안과 테스트베드 구축, 판로 확보 등 전 방위적인 대책을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논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대기업이 가진 해외시장 역량과 중소벤처기업의 기술·혁신 역량을 결합해 해외진출 네트워크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벤처기업협회가 330여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 수출규제 관련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8%가 수출 규제가 예상 품목에 대해 1년에서 4년 이내 국산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벤처업계는 지금이 4차산업혁명을 준비할 ‘골든타임’이라고 언급하며 정치권과 대기업의 전향적인 움직임을 촉구했다. 안 회장은 “삼성도 최근 총수가 직접 나서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신성장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했다”며 “바로 지금이 대기업과 벤처기업이라는 두 손바닥이 마주쳐 우리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큰 울림소리를 낼 절호의 기회이며,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하게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전향적 자세 전환과 정치권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을 비롯해 안재명 리테일테크 대표, 박영기 싸인텔레콤 대표, 박수홍 베이글랩스 대표, 김용범 이피스 대표 등 벤처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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