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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차분한 목소리로 결정문을 읽어 내려가자 분위기가 고조됐다. 대부분 숨죽이며 조용히 결정문에 귀를 기울였다. 일부 시민은 두 손을 모으며 기도를 하거나 부채질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재판관 전원일치로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부 시민은 서로 얼싸안으며 소리를 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헌법사상 첫 현직 대통령 탄핵이 현실이 되자 시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정주부인 구연정(43·여)씨는 “꿈에 그리던 탄핵이 현실이 됐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몇 달동안 마음 한켠이 답답했는데 감격스럽고 앞으로 대한민국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최모(60)씨는 “대통령이 직무를 성실하게 임하지 않고 국가를 혼란에 빠트린 책임에 대한 결과”라며 “좀 더 나은 정치,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는 시민도 있었다. 고봉성(51)씨는 “헌법재판관 1명의 반대없이 만장일치 결정이 났다는 것은 모든 국민의 염원이 전달된게 아니면 무엇이겠느냐”며 “국민들의 뜻을 모아 사법적인 후속처리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지지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도 무능의 표본인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파면됐다. 수개월간 주말마다 촛불을 든 국민의 승리다”며 “이제는 형법적 제재를 마무리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기대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탄핵이 현실이 돼 감개가 무량하다”면서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중장년층은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모(50·여)씨는 “탄핵할 정도까진 아니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탄핵까지 이어질지는 몰랐다”며 “참담하고 착잡한 기분이다”고 말했다. 경남 마산에 사는 강모(69)씨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앞으로 세대 간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