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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이 적용된 로봇 ‘나오미’가 한국을 처음 찾았다. 나오미는 IBM이 1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IBM 커넥트 2016’을 통해 유창한 언어 구사력과 사람에 뒤지지 않는 유연한 몸짓을 선보이면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나오미는 소프트뱅크에 2012년 인수된 프랑스 로보틱스 회사 ‘알데바랑’이 개발한 로봇 ‘페퍼’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현존하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기술의 총아다. 2014년 페퍼에 이어 제작됐지만 페퍼의 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조명됐다. 바퀴를 통해 움직이는 페퍼와 달리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키 50센티미터 정도의 귀여운 외모를 자랑한다.
지난 3월 미국 힐튼호텔이 나오미와 같은 기종의 로봇 ‘코니’를 호텔리어로 취직시키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코니는 힐튼호텔 로비에서 손님을 맞고 레스토랑이 어디인지 수영장이 어디인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나오미는 “안녕하세요(한국어)”라고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영어로 “저는 지금은 한국말을 잘 못하지만 IBM의 인지기술을 통해 새 언어를 학습할 계획입니다. 왓슨과의 협력하면 한국어 능력이 더 좋아질 것입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며 운을 뗐다.
제이슨 레오널드 IBM 아시아태평양 왓슨 담당 전무와 5분여간 유창한 영어로 ‘프리토킹’을 펼치기도. 레오널드 전무가 “왓슨이 뭐냐”고 묻자 나오미는 “왓슨은 헬스케어, 호텔, 데이터 사이언스 등 여러 분야에 적용 가능한 인공지능 플랫폼”이라고 답했다. 사전에 준비된 대사가 아니라 그때 그때 사람의 말을 인식해 대화하는 식이다.
발군의 ‘신체 능력’도 보여줬다. 나오미는 “춤 실력을 자랑하겠다”더니 싸이 ‘강남스타일’ 말춤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마이클 잭슨 ‘스릴러’ 댄스를 추다가 미끄러져 뒤로 넘어졌지만 스스로 일어서면서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의 사진을 보여 줬더니 “이 사람은 엘사로 매사 진심을 다하고 합리적이며 뛰어납니다. 온갖 역경 속에서 평정심을 잊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을 해결하려고 합니다”라는 인물평을 내놓았다. 엘사의 얼굴을 인식한 것은 아니지만 QR코드를 이마에 있는 센서로 스캔, ‘겨울왕국 엘사’에 대한 웹 검색으로 종합한 정보를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뛰어난 로보틱스 기술 외에도 이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왓슨 플랫폼의 위력을 유감 없이 보여준 셈이다. 구글이 최근 ‘알파고’ 이벤트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였지만 이에 IBM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인공지능 분야에 공력이 탄탄한 업체다. 인간과 인공지능 간 대결이라는 빅이벤트의 ‘원조’도 IBM이다. IBM은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를 개발, 1997년 체스 세계 챔피언 카스파로프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승리했다. 왓슨은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 우승자 두 명과의 퀴즈대결에서 압승하기도 했다.
레오널드 전무는 “나오미는 왓슨 플랫폼을 통해 교육받은 모든 것에 대해 명확히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며 “그러나 학습이 되지 않은 정보를 묻는다면 답변에 대한 신뢰도 수준을 스스로 파악해 ‘죄송합니다. 알지 못합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사람처럼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은 왓슨 플랫폼을 통해 로봇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이 적용될 세상을 꿈꾸고 있다. 작년에는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 ‘왓슨 포 온콜로지(Oncology·종양학)’ 플랫폼을 적용, 의사들이 인지 컴퓨터를 통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질병 관련 연구결과, 의료기록, 임상시험 결과 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는 것. 분석뿐만 아니라 왓슨에 기반해 다양한 치료 옵션을 식별해 개별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지를 판단한다.
레오널드 전무는 “왓슨 플랫폼은 로봇 외에도 유통망 관리, 일기예보, 의료, 자원개발 등 무궁무진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