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 신정은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산업흐름에 대한 빠른 대응과 업무효율을 위한 스마트한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비효율적 회의와 상습적인 야근, 상명하복식 업무지시 등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로는 창의적인 성과창출을 가능케 하는 ‘지속성장 DNA’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신 스마트폰급이 필요한데 과거처럼 경직된 피처폰급 기업운영 소프트웨어로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 삼성전자, 스타트업 문화 접목.. LG전자 직급제 개선추진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조직문화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의 4가지 방향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수립해 오는 6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모든 임원들이 권위주의 문화의 타파 선언문에 서명하고,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또한 불필요한 회의의 절반을 통합하거나 축소하고, 보고체계도 바꾸기로 했다. 아울러 습관적·눈치성 평일 잔업이나 주말 특근을 줄이고, 가족사랑 휴가나 자기계발 휴가 같은 다양한 휴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 관행을 과감히 떨쳐내고 스타트업 기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열린 소통의 문화를 지향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LG전자(066570)는 연공서열 위주의 직급제를 업무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인사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 5단계로 구분한 호칭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파트장이나 팀장, 프로젝트 리더 등 역할 중심 체제로 전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 매주 수요일 정시퇴근 ‘스마트데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매주 수요일 ‘스마트데이’를 실시해 직원들의 삶의 질과 생산성을 모두 높이고 있다.
‘스마트데이’는 매주 수요일 오후 5시30분 정시 퇴근을 적극 권장하는 프로그램으로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영동대로, 원효로 사옥 임직원에게 우선 적용됐다. 오전 9시부터 11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를 ‘업무집중시간’으로 지정해 불필요한 회의나 티타임을 지양하고, 임직원의 업무 생산성과 몰입도를 동시에 높이고 있다.
‘스마트데이’의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석식 미실시, 통근 버스 시간대 변경, 오후 6시30분 이후 사무용 컴퓨터 강제 종료 등 다양한 실천 방안을 마련했고, 사내 시스템 분석 및 임직원 설문을 활용해 적극적인 모니터링도 실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협업시 지시 내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공유하는 한편 이중 결재를 지양하고 결재 대기시간을 단축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토록 했다”면서 “특히 불필요한 보고서의 양을 줄여 한장 보고서를 활용하게 장려하고 이메일 간단 양식으로도 보고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 대한상의, 전근대적 기업문화 인식 바꾸기 나서
SK그룹은 앞서 2013년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등 경영 거버넌스 측면에서 혁신을 선보였다. 이전까지는 지주회사가 모든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중앙집권적 체제였지만 각 관계사 CEO들의 의사논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통해 수평적 의사결정 구도가 가능해 졌다.
1990년대 도입한 캔미팅(Can Meeting)도 SK의 독특한 문화로 꼽힌다. 회사 내에서 하기 힘든 얘기를 구성원들이 격의없이 논의하는 자유로운 토론 자리다.
SK 관계자는 “기업문화 측면에 있어서 다른 회사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많다”며 “1979년 그룹 경영철학인 SKMS(SK매니지먼트시스템)를 제정해 유지·발전시켜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맥킨지와 공동으로 진행한 종합진단 결과를 토대로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요기업 CEO들을 위원으로 하는 가칭 ‘기업문화 선진화포럼’을 구성·운영해 기업 최고위층부터 전근대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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