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미국 경제가 저(低)유가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물가나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나홀로 세계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회복 탄력이 붙는다면 글로벌 경제에도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 지갑 두둑하게 하는 저유가‥가구 당 120만원 보너스
저유가 낙관론이 힘을 얻는 이유는 소비부양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저유가 효과를 누리는 곳은 미국 가정이다. 미국은 대적인 돈 풀기 정책에 힘입어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고 집값도 회복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름값이 내려가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6월 하순께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는 현재 60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온라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미국 가구당 최대 연 1100달러(약 122만원)의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 전체로는 750억달러(약 83조원)의 세금을 깎아준 것과 맞먹는 효과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할 만큼 영향이 크다. 민간소비가 늘어난다면 경제 회복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가가 30% 떨어지면 선진국 경제는 0.8% 더 성장할 것”이라며 “내년 미국 경제는 낮은 유가에 힘입어 3.5%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름값 효과는 연말 소비시즌과 맞물려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할인기간이 분산되면서 초반 소비는 다소 주춤하지만, 전미소매협회(NRF)는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11~12월 사이 미국 소매판매가 작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셰일혁명’ 쉽게 끝나지 않을 것‥디플레 영향도 제한적”
에너지나 물가 측면에서 타격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사실 셰일 산업은 미국 제조업 부활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셰일 산업 자체의 성장 뿐 아니라 전체적인 에너지 비용을 떨어트려 미국 제조업 전체의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외국으로 나간 기업을 끌어들이고 세금감면 혜택을 준 것도 셰일 혁명을 통한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그런데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채산성이 낮은 셰일이 타격을 입고, 결국 미국 제조업을 부활하려는 오바마의 계산법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일부 미국 세일가스 업체는 생산비를 배럴당 40달러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국제유가가 더 떨어져도 버틸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또 에너지 산업이 일시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유가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잃는 모습이다.
`연준내 3인자`로 통하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한 연설에서 “유가 하락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 인플레이션도 연준 목표치인 2%에 근접해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