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마감 이후 2024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77억 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93%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76억 5000만달러를 웃도는 금액이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1.18달러로 이 역시 시장 전망치(1.10달러)를 상회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던 2025회계연도 1분기(9~11월) 가이던스는 매출 87억달러, EPS 1.74달러로 제시됐다. 월가는 매출 83억 2000만달러, EPS 1.52달러를 예상했다. 2024회계연도 설비투자 금액도 기존 전망보다 늘어난 81억달러로 예상하며, HBM 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마이크론은 “HBM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올해와 내년 생산분 모두 매진됐으며 가격도 이미 정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시장에 팽배했던 공급 과잉 우려를 한 방에 해소한 것이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각각 50%, 30% 가량 낮추면서 스마트폰 및 PC수요 감소로 2026년까지 반도체 업황이 꺾이고, HBM도 수요 대비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이후 시장에선 마이크론의 실적을 통해 HBM 공급 과잉 여부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확산했다. 마이크론은 PC 및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D램과 SSD에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를 주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지만, 올해 2월부터 AI 서버용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또 마이크론의 실적은 반도체 업황을 미리 살펴보는 ‘바로미터’로 여겨지기도 한다.
마이크론은 이날 HBM3E가 높은 전력 효율성으로 경쟁사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점을 특히 부각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가격이 5배 가량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많이 팔수록 실적과도 직결된다. 같은 이유로 제조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하며, 사실상 글로벌시장 점유율 1~3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3파전 양상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최첨단 제품 공급은 매우 타이트하다”며 공급 과잉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HBM 사업에서 내년까지 시장점유율 20%에 도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강력한 AI 수요가 데이터센터 D램 제품과 HBM 판매를 이끌며 이번 분기 93%의 매출 성장을 일궈냈다”며 “회사 역사상 가장 좋은 경쟁적 입지를 다지면서 새 회계연도 돌입하는 만큼, 다음 분기엔 기록적인 매출과 함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HBM 공급 과잉 우려가 해소되면서 마이크론의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14.8%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26일 코스피에서 각각 3.7%, 9.2%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