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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에서 탈출한 한국인 일가족은 최모씨(44)와 한국으로 귀화한 팔레스타인계 남편(43), 이들 부부의 딸(18), 아들(15) 및 7개월 된 늦둥이 막내딸이다. 이들 가족은 7년 전 한국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 가자 지구 핵심부인 가자시티 해변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이들 가족은 하마스가 공격을 단행한 지난달 7일(현지시간) 최씨의 시댁이 있는 달릴 하와로 피난을 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스라엘 측이 “달릴 하와를 공격하겠다”며 대피 명령을 내려 다시 남부 도시 칸 유니스로 피란을 갔다.
최씨는 이스라엘의 공습 수위를 두고 “무차별적”이라며 “병원도, 교회도, 학교까지 공격 안 하는 곳이 없다”고 했다. 가자 지구는 공습이 자주 발생해도 주택가는 비교적 안전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는 게 최씨의 말이다. 그는 “항상 전쟁이 나면 (우선 공격 대상이 되는)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인 시댁 쪽으로 피신을 했고 이번에도 시댁에 있으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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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유일하게 통제하지 않는 ‘라파 통행로’를 통해 가자를 떠나기로 결정했지만, 그곳까지 가는 데 필요한 연료를 얻는데도 고생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나중에는 기름도 없고 해서 최대한 사용 안 하려고 노력했다. 돈을 준다고 해도 아예 없어서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주유소에서는 구급차나 긴급차량 이외에는 기름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남편이 지인에게 사정을 해서 조금씩 얻어서 썼다. 마지막 국경 올 때 남은 연료를 다 사용했고, 국경에 도착했을 때는 연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가 살던 가자 시티 집은 이스라엘 폭격에 무너졌다고 한다. 그는 “오갈 데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서 상상하는 것, TV에서 보는 것보다 더 상황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과 직장 등 모든 것을 잃은 가족은 “일단 한국에 갈 계획을 하고 있다. 거기에서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보려하는데, 돈도 없으니 어떻게 가야할지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최씨는 갓 태어난 막내딸을 보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막내딸은 희망이었다. 울고 웃고 칭얼대는 딸을 보면서 희망을 찾은 것 같다. 웃을 일이 없었는데 딸이 웃으면 같이 한번 웃고 그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