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밀실로…민주노총 위원 해촉하고 외부인 막는 복지부

김대연 기자I 2023.05.24 18:09:35

오는 25일 국민연금 제2차 기금위 열려
외부인 통제 심한 ''정부서울청사''서 개최
피켓시위 포함 시민단체 출입 원천 봉쇄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 해촉 가처분 기각
"기금위가 밀실 돼…본안소송 결과 기대"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연다. 그간 기금위는 전북 전주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서울시내 호텔에서 진행됐는데, 다소 이례적인 행보다. 보건복지부가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금위를 진행함으로써 시민단체의 피켓시위 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조처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3월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가 오는 25일 오전 10시에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기금위는 국민연금 투자부문별 수익률과 투자정책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구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번 기금위에선 ‘2024~2028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 및 의결한다.

국민연금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지난 2017년 전주로 옮긴 후에도 기금위는 지난 2021년을 제외하곤 더 플라자호텔이나 프레지던트호텔, 콘래드호텔 등 서울시내 호텔을 빌려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기금위 개최 장소인 정부서울청사는 ‘가급’ 국가 중요 보안시설로 외부인의 출입이 원천 차단된다. 그동안 기금위가 시작하기 전에 노조나 시민단체 등이 관례적으로 벌인 피켓시위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기금위는 품위 손상을 이유로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기금위 위원 자격을 잃고 나서 첫 회의이기도 하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3월 7일 열린 기금위 회의장에서 고성을 내고 회의 자료를 던지는 등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 구성 규정 개정안에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77조에 따라 위원 자격과 관련해 ‘품위 손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 3월 21일자로 윤 수석부위원장을 해촉했다. 이후 윤 수석부위원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지난 4월 말 기각됐다. 애초 윤 수석부위원장의 기금위원 임기가 지난 4월 29일로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현재 본안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근로자단체 추천 위원 몫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새로운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민주노총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후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기금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윤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양대노총과 참여연대 등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기금위 정상화 및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할 계획이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국민연금기금은 정부 예산이 아니라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한 소중한 돈인데 정부가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며 “기금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논하는 자리인데, 복지부가 마치 예산을 다루듯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위원을 교체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금위는 지난 수년간 국민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에서 열렸는데, 마치 해촉된 민주노총 위원이 항의하러 오지 않을까 지레짐작하면서 밀실(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여는 것은 매우 잘못된 처사”라며 “본안소송에서는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지난 3월 기금위 회의 때 윤 수석부위원장이 소란을 일으키고, 시민단체 피켓시위 등 여러 가지 이슈가 겹치면서 관계자 외 출입이 제한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금위를 열게 된 것으로 안다”며 “사실 시민단체 피켓시위도 기금위 시작 전 의례적인 행위였을 뿐이고 그동안 별문제가 없었는데, 25일엔 출입증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도록 경계를 삼엄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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