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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예람 중사' 특검 시동…軍성비위 문화 바꿀까

하상렬 기자I 2022.05.31 16:16:46

서울 미근동에 사무실 꾸려…다음달 4일께 수사 개시
최장 100일 수사…9월경 최종 처분 전망
2차 가해·군 지휘부 내 은폐 행위 등 중점 수사
'가해자 중심' 조직·폐쇄적 軍성비위 타파 계기 이목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의 수사를 맡은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본격적인 수사 채비에 들어간 가운데, 이 중사 사망과 관련한 국방부·공군본부의 ‘은폐 의혹’ 등에 대한 진상규명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추모객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특검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사무실을 마련, 다음달 초 정식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특검 관계자는 “준비 사항을 하나하나 갖춰나가고 있다”며 “6월초순경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특검은 국방부를 찾아 사건기록 등 수사 자료를 요청하고, 유족 측과 면담을 진행하는 등 준비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 특검은 지난 26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만나 원활한 협조를 요청했고, 30일엔 유족 측 대리인을 만나 수사에 참고했으면 하는 부분들을 전달받았다. 유족 측은 초기 수사과정에서 가해자를 비호했던 것으로 보이는 의혹들에 대해 면밀히 밝혀달라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 특검은 팀 구성을 위한 인선 작업에도 몰두하고 있다. 특검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통해 이들 기관으로부터 파견근무와 관련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안 특검은 10명 이내의 검사와 30명 이내의 공무원을 파견받을 방침이다. 또 40명 이내의 특별수사관 임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특검팀은 안미영 특검과 유병두·이태승·손영은 특검보만 공식적으로 임명된 상태다.

특검팀은 인적 구성을 마친 뒤 다음달 4일께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특검은 임명 날로부터 20일 동안 수사에 필요한 준비 절차가 가능하다. 안 특검이 지난 16일 임명된 것을 고려하면, 내달 4일께부터는 수사에 착수해야 하는 셈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안 특검은 수사 개시 후 1회 30일 연장을 포함, 총 100일 내 수사를 마무리 짓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오는 9월쯤 결론이 나는 것이다.

안 특검은 초동 부실수사를 한 군검찰 담당자와 지휘부, 2차 가해 수사에 중점을 찍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법상 안 특검의 수사 범위는 한정돼 있다. 안 특검은 이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공군 내 성폭력 △2차 피해 유발 등 불법행위 △국방부·공군본부 내 은폐·무마·회유 등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행위 등이 수사 대상이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에 대해선 인지 수사가 가능하다.

안 특검은 현재 공소유지 중인 사건에 대해선 수사할 수 없다. 이 중사를 성추행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모 중사에 대한 재수사는 불가능한 셈이다. 군인등강제추행치상등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지난해 12월 1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지만, 보복 협박 혐의가 무죄로 판단 내려져 유족 측의 반발을 샀다. 또 처음 사건을 맡았던 국선변호인 이모 중위도 무책임한 업무수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보통군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시민사회는 안 특검의 진상규명 성과에 따라 성비위와 관련해 폐쇄적이고 집단주의적인 군 내 문화를 타파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중사가 성추행 사실을 상부에 알렸음에도 시정 조치가 이뤄진 것이 아닌, 2차 가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성폭력·2차 가해·부실수사·가해자 감싸기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검은 국방부검찰단이 짜놓은 ‘제 식구 감싸기’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장관, 공군참모총장 등 군 지휘부는 물론 공군본부 법무실 등 군 법무조직과 전관예우 의혹을 받고 있는 가해자 측 변호사 소속 로펌에 이르기까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국민이 가진 의혹을 낱낱이 해소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유족 측 대리인인 강석민 변호사는 “직접적인 가해자와 명백한 2차 가해자 외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고, 국민적인 공분을 받는 의혹들이 해소된 것도 없다”며 “군대 성폭력 범죄의 완결판 같은 사건으로, 유족이나 유족을 대리하는 저로서는 (특검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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