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인앱결제(강제금지) 안건 통과할 때, 콘텐츠동등접근법안이 함께 통과됐으면 좋았겠다 생각하지만, 이번 상생협약을 통해 그때 못했던 일을 마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여의도 루나미엘레 컨벤션홀에서 열린 ‘콘텐츠 기업-국내 앱마켓 상생협약’을 통해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한 의원이 말한 콘텐츠동등접근법안은 앱 개발자에게 모든 앱마켓에 앱을 등록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당초 법안 내용에 의무화를 넣었다가 개발사 부담을 고려해 정부에 관련 보고를 하되 권고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그러나 기업공개(IPO)를 앞둔 특정 기업, 즉 원스토어에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과 개발사 입장에선 권고도 사실상 강제가 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결국 법안 통과가 보류된 바 있다.
이날 협약식에 참가한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한준호 의원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싶다”며 한 의원의 역할에 힘을 실었고 한 의원은 “플랫폼사가 발전해야 콘텐츠사와 함께 성장하고 이용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며 협약의 의미를 짚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격려사에서 “인앱결제강지금지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지 딱 한 달이 되는 의미 있는 날”이라며 “국내 앱마켓과 콘텐츠 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우리나라 국민을 포함한 이용자들이 한류로 대표되는 우수한 국내 콘텐츠를 다양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이를 통해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 보장 강화, 관련 콘텐츠 산업 성장의 토대”라고 말했다. 이어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시행 이후 불공정행위가 있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추진하고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해나간다”며 “공정과 상생의 첫발을 내딛는 자리로 제도 안착을 위해 협력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
|
◇“단순 수수료 깎아주는 것보다 원하는 것 논의”
협약식엔 콘텐츠 사업자로 △게임 부문에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부문에서 웨이브, 티빙 △음악 부문에서 멜론, 지니뮤직, 플로 관계자가 참가했다. 협약식이 진행된 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전환했다.
관심은 국내 앱마켓 사업자에 쏠렸다. 원스토어와 갤럭시스토어다. 갤럭시스토어의 경우 삼성폰 이용자만 접근할 수 있는 한계 등으로 앱마켓 점유율 집계에서도 잡히지 않으나, 협약식에 나와 상생 의지를 다졌다.
이원진 갤럭시스토어 사장(무선사업부/VD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은 기자들과 만나 수수료율 변화 등에 대해 “수수료는 많이 내렸다”고 말했다. 정확한 수수료율은 밝히지 않았다. 더 내릴 계획이 있는지 질문엔 “더 내릴지보다는 여기에서 얘기하는 상생이라는 주제처럼 콘텐츠 업체들이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느냐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 피(fee, 수수료) 자체가 낮기 때문에 상생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향후 방향을 설명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도 “단순 수수료를 깎아주기보다는 여러 상응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각자 원하는 게 다를 수도 있고 업체별로 개별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협의 의지를 보였다. 참가사 한 관계자는 “실무회의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안다”며 “언제 회의가 열릴지는 잡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
◇상생협약 핵심은 ‘게임’
현재 앱마켓 입점 콘텐츠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벌어들이는 분야가 바로 게임이다. 작년 원스토어 매출 1553억원 가운데 게임만 1157억원으로 전체 74% 비중이다. 오딘, 리니지 시리즈 등 구글플레이 매출 최상위 게임의 입점 없이 일군 성과다. 일부 인기 게임만 원스토어에 입점해도 매출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입점 업체는 구글의 30% 수수료율 대신 최저 5%(개발사 자체 결제 활용 시)를 적용받아 어림잡아도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도 구글, 애플 지위가 굳건한 것에 대해 “국내 업체들이 해외 앱마켓(구글, 애플)에 많이 의존하는 이유는 글로벌 마켓이기 때문인데, 글로벌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간담회 상황을 전했다.
원스토어도 내년 초 글로벌 진출을 시도한다. 이 대표는 “동남아 쪽에서 먼저 시작하고 협약 취지에 맞게 (글로벌에) 게임들을 출시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지에서 서드파티(제3의) 앱마켓에 대한 기대감도 높고 장벽이 낮아져, 구글이나 애플이 신용카드 몇 개 밖에 못 하는 그런 불편 사항을 모아서 편의를 높여주는 앱마켓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혜숙 장관 “디지털 원팀” 당부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간담회 마무리 발언으로 “디지털 원팀”을 당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성공하고 있는데 플랫폼이 나가는 경우는 잘 없다”며 “그래서 힘을 합쳐 콘텐츠하고 동반 진출한다면 플랫폼이 반대로 콘텐츠의 힘을 빌어 글로벌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장관 발언을 전했다.
이어서 “저희도 내년에 오픈할 때 게임 말고도 K콘텐츠를 잘 소싱해서 앞장서 글로벌 마켓에 오픈할 생각”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디지털 원팀이 아니겠느냐, 글로벌 성공을 만들기 위해 한 팀이 됐으면 좋겠다 취지였다”고 상생협약 의미를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