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플레이 투 언(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라는 모델이다. 엑시는 게임 속에서 얻어낸 재화를 암호화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는다. 실제로 심지어 엑시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저린은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 싱글맘들이 엑시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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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패러다임 바꿀까…아트 NFT, 메타버스 결합 기대
UDC는 전세계 블록체인 개발자 등 전문가들이 모여 지식을 공유하는 장이다. 사전 예약자만 8000여 명에 이른 이번 행사의 화두는 단연 대체 불가능 토큰(NFT)였다. 그중 엑시의 사례에서 보듯 게임 분야에서 NFT로 전통적인 게임 모델을 바꿔놓으려는 시도가 주목받았다. 기존 게임이 게임 내 지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과 달리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이용자 간 시장을 형성하는 등 새로운 가상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엑시만이 아니다. 최근에 와서 게임업계는 블록체인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는 규제에 막혀 있지만, 해외에서는 주류 게임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싹 트고 있다. 저린은 “엑시가 새로운 게임 출시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술 분야에서는 NFT가 대중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메타버스와 연계되며 기존 미술 시장 규모를 키워줄 것으로 예상이 나온다. 이정봉 서울옥션블루 대표는 “국내 미술 시장 규모가 4000억원인데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이 되면 1000조원이 넘는다”며 “NFT를 메타버스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획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트 영역에서 NFT는 창작자가 특정 작품을 만들었다는 증표이자, 구매 소유권을 증명하는 영수증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NFT는 구매자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힘을 갖고 있다”며 “오히려 NFT의 가격을 낮추면 작가의 팬이 되고, 콜렉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NFT를 판매하는 데 있어 가격을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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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여신 보편화
점차 확산되고 있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영역도 이번 행사의 최대 관심거리였다. 카이 셰필드 비자 부사장 겸 크립토 부문 책임자는 “2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 1만개가 있고, 1만 달러가 필요하면 비트코인을 파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며 “최근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담보로 다양한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암호화폐 경제의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암호화폐 여신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초창기라 실험적이며 리스크도 있지만 지금 개발하는 프로토콜, 대출기관 등이 하나하나 블록처럼 쌓여 결국 탄탄한 기반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디지털 금이라는 표현처럼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자산이자 문화 현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크리스티-리 민핸 넴 최고기술책임자는 “디파이가 세상을 이끌어 간다는 데 동의하지만, 디파이의 목표가 중앙형 금융 기관을 대체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객 신원 확인(KYC) 자동화 등 기존 금융 구조의 어려움을 제거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직업도 생겨나고 있다. 세바스찬 보르제 더샌드박스 공동 설립자는 “NFT와 메타버스가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직업과 고용 창출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가상세계에서 건물을 지어줄 건축가, 큐레이터, 아바타 스타일리스트 등 다양한 직업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수만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샌드박스 속에서 생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