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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는 2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관련해 “블록체인 기술이 숲이라면 가상통화는 그 숲에서 우뚝 자란 나무”라며 “두 가지가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나무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규제를 만들어서 빨리 대처해야 하지만 숲은 건전한 나무들이 자라게끔 생태계 조성에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부총리는 “(이런 맥락에서 분리 대응을 한다는 것인데) 부처별로 기자들 질문에 갑자기 답을 하다 보니 마치 정부가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를 분리해서 보는 것처럼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앞서 김 부총리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는 같은 것이 아니다”고 말해, 정부가 양쪽을 분리해서 보는 것처럼 알려졌다.
이 같은 입장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별개로 볼 수 없다는 업계 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준) 공동대표는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공개형 블록체인 개발·구축·활용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관련 기술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네이버 같은 포털 서비스는 만들지 못하게 하면서 회사 내부 게시판만 개발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당 측에서도 폐쇄보단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정과세실현 TF(태스크포스) 단장인 윤호중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거래 자체를 막기보다는 거래를 양성화하자는 입장”이라며 “거래세보다는 소득세 과세를 검토 중인데 재정개혁특위와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재부와 논의해 빠르면 이달 안에 세법 등을 논의할 재정개혁특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여당에서는 양도소득세 부과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기준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거래소 폐쇄로 문제가 해결될 일은 아니다”며 “빨리 과세·규제를 도입하고 블록체인 등을 양성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양도소득세 관련 세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거래 양도차익에 고율의 양도세 부과 △거래소 단계에서 원천징수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양도세 부과 등 적절한 규제 쪽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정의, 대책을 놓고 부처 간 합의를 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무부와 다른 부처 간 입장이) 극과 극”이라며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를 폐쇄하자는 법무부 입장이 여전히 강경한 셈이다.
‘가상통화 범부처 TF(태스크포스)’에는 국무조정실 주재로 기재부,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가 참여 중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3일 기자와 만나 “세계 어느 나라도 가상통화(정의)에 대해 명확하게 포지션(입장)이 된 게 없다”며 “TF 내부에서 이것부터 결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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