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국제유가 추락으로 유동성 부족과 경영난에 빠진 미국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주식을 찍어내는 셰일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댈러스에 본사를 둔 셰일가스업체인 RSP퍼미언사가 신주를 발행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최대 2억3200만달러(약 251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캐나다 캘거리에 있는 엔카나사와 휴스턴에 위치한 노벨에너지도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 두 달간 신주를 잇달아 발행했다. 로제타 에너지 역시 총 2억400만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 계획을 밝힌 바 이다,
실제 올들어 첫 석 달간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식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은 총 8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급증한 것은 물론이고 최근 10년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처럼 셰일가스 업체들이 신주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은, 거래 은행들이 부실화를 우려해 자본금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라는 요구를 업체들에게 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캐츠 마브리 MLV 애널리스트는 “지금으로서는 이보다 나은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에릭 쉐이어 마그네타캐피탈 에너지사업부문 대표 역시 “많은 은행들은 셰일가스 업체들에게 재무제표 개선을 지원하고 부채 부담을 줄이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특히 이들 업체는 부채비율 자체도 높기 때문에 채권 발행보다는 신주 발행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올 1월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갈 때까지만 해도 셰일가스 업체들이 신주를 발행하려고 해도 주식을 사줄 투자자들이 귀했다. 그러나 2월부터 유가가 안정세를 찾고 반등 조짐을 보이자 투자할 곳을 못찾은 기관과 주주들이 이 신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크리스티안 오닐 T.로우프라이스 인터내셔널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에너지주 가격이 이제 거의 바닥에 왔고 유가도 장기적으로 반등할 것인 만큼 지금이야말로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