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민주당 지도부는 “암컷이 설친다” 발언으로 여성비하 논란을 빚었던 최 전 의원에 ‘당원권 정지 6개월’의 ‘비상징계’를 내렸다. 이 징계는 당 대표가 선거와 같은 ‘비상한 시기’에 중대한 징계 사유가 있고, 이를 긴급히 처리할 때 내려지는 조치다. 사건 조사나 당사자 소명 없이 최고위원회에서 바로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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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중징계 결정은 지도부의 사과에도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자 전격적으로 내려졌다.
하루 앞선 21일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이 나서 “국민들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했고 최 전 의원에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관용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나서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의원들이 문제를 더 키웠다. 당사자인 최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It’s Democracy, stupid!”(이게 민주주의야, 멍청아)라고 썼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여있는 단체대화방에서 이 사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원욱 의원이 이번 사태를 놓고 “당이 어찌 이리 망가졌나. 개탄스럽다”고 하자 최 전 의원의 발언 현장에 있던 민형배 의원이 “조선일보가 민주당의 기준이냐”고 반박했다.
최 전 의원과 동석했던 다른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그 자리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도 ‘이분이 실언을 했다’면서 바로 수정을 했어야지, 그걸 쳐다만 보고 있나”면서 “당연히 조치가 필요하다”고 질책했다.
◇청년 만난 이재명…청년·여성 다독이기
민주당 지도부는 사과와 함께 청년·여성 다독이기 행보에 나섰다. 서둘러 이번 논란을 종결짓겠다는 의미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과 정치인들의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국민에게 상처를 드리고, 당의 입장과 관계없는 무분별한 주장으로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원내대표인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기대와 염려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언사와 당의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에 대해서는 향후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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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3만원 청년패스’를 소개하면서 “나름 현장 문제를 체감해보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우리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물 만난 국민의힘, 공세 고삐 당겨
잇따른 실언과 비하 논란으로 민주당이 비난받자 국민의힘이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의 혐오·비하 발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면서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은 ‘미래 짧은 분들’ 운운하며 노인 폄하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송영길 전 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최 전 의원에 내려진 징계를 놓고 “귀를 의심케 하는 원색적인 막말을 한 여성 비하 치고는 낮은 수위의 징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막말과 국민 비하로 정치 퇴행을 이끈 당사자들에게 정계 은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