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융당국, 내년말 일반인 대상 '예금토큰' 실험 발행(종합)

최정희 기자I 2023.10.04 16:20:33

주요국 최초로 BIS와 협력해 ‘CBCD 활용성 테스트’
한은-은행간 '예금토큰' 활용 위한 기관용 CBDC 도입
금융위 "CBDC 도입한 후에야 예금토큰도 발행"
CBDC 도입과는 무관하게 테스트 용도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 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4일 서울 소공동 한은 2층 컨퍼런스홀에 모여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제결제은행(BIS)와 협력하여 미래 통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실험 공동 추진’과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출처=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사례1. A씨는 B씨로부터 5년된 중고차를 매입하려고 한다. A씨는 B씨를 믿을 수 없으니 딜러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딜러를 믿고 중고차 소유권을 이전받고 잔금을 치르게 된다. 그러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활용한 예금토큰이 발행되면 A씨와 B씨는 중고차와 관련된 과태료 등은 없는 지를 한꺼번에 확인하고 매매 대금을 동시에 결제할 수 있다.

사례2. 음식점 사장 C씨는 손님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할 경우 3영업일 뒤에나 판매금이 은행 계좌로 입금된다. 카드사가 매출전표를 매입한 후 대금 지급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금토큰을 활용하면 판매대금을 실시간에 가깝게 받을 수 있고 수수료도 싸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국제결제은행(BIS)과 협력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예금토큰 발행을 핵심으로 하는 CBDC 활용성 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다. 예금토큰 발행 및 결제를 위한 기관용 CBDC를 도입하고 내년말부터 예금토큰 발행 실험에 나선다. 예금토큰을 활용하게 될 경우 재난지원금, 기부금 등 지급 목적에 맞게 자금 사용을 한정할 수 있고 중고차 매매시 매매 대금과 실물 관련 소유권 이전이 실시간 이뤄져 결제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한은은 이를 위해 116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10월중 시스템 개발 사업자 및 은행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고 11월말 예금토큰 발행 테스트 기간, 일반인 참가 실험자 선정 기준, 테스트 대상의 활용 사례, 참가은행 등 세부 사항을 공개한다.

출처: 한국은행


◇ 내달 일반인 참가 예금토큰 실험 테스트 청사진 공개

이번 테스트에서 은행들은 예금토큰(tokenized deposits)을 발행할 예정이다. 예금토큰(디지털Ⅰ형 통화)은 한은과 은행간 구축한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분산원장 기술 등을 활용해 발행하는 예금과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을 의미한다. 금융위원회는 다양한 권리를 분산원장을 이용해 증권화할 수 있는 토큰증권 입법화를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예금토큰에 대해선 한은이 CBDC를 도입한다는 전제에서만 허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법적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은행은 예금을 토큰화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으나 금융위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번 테스트에 한해 은행이 해당 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한다는 방침이다. 가상자산법상 예금토큰을 가상자산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예금토큰을 현행 수시입출식 예금과 가깝게 설계해 현행 계좌이체와 유사한 형태로 다른 사람에게 토큰이 이전(이체)될 수 있도록 구현한다. 예금토큰 이용자는 예금토큰 계좌를 별도로 개설해야 하고 예금토큰을 언제든지 은행 예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STO 연계 결제도 가능해질까

한은과 금융당국은 비은행권에서 발행할 이머니 토큰(디지털Ⅱ형 통화)과 외부연계시스템을 활용한 특수지급 토큰(디지털Ⅲ형 통화)에 대해선 가상의 테스트만 실시키로 했다. 비은행은 고객의 자금을 수신할 경우 별도의 신탁회사에 전액 이체해야 하는데 기관용 CBDC를 보유하는 것으로 현행의 신탁 체계를 대체하고 이를 기반으로 페이 등 전자화폐와 유사하게 이머니 토큰을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발행될 토큰증권(STO)의 경우 은행·증권 등이 연합해 별도로 블록체인망을 만드는데 거기서 실시간으로 기록될 증권 거래 내역이 실시간 대금 결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외부연계시스템을 활용한 특수지급 토큰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이번 테스트가 주요국 최초로 BIS와 공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성관 한은 금융결제국 부장은 “BIS가 토큰화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지급결제 인프라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개념, 이론 등을 설계했다”며 “BIS의 이론을 한국에서 은행 및 일반인들이 대거 참여해 실제로 구현해보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모델을 잘 구축한다면 해당 모델이 국제 표준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합리적 안이 만들어지면 글로벌 모범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테스트가 CBDC의 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CBDC 도입과 관련 “먼저하는 것보다는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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