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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복심’이라 불리던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창사 이래 최장 기간 이어진 ‘카카오 먹통 대란’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규모 서비스 장애가 일어난 지 5일째이자, 취임한 지 7개월 만이다. 카카오가 대표 사퇴 카드를 꺼내며 쇄신 의지를 보였지만, 일각에선 “김범수 창업자가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남궁훈 대표는 19일 판교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카오의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자 대표 이사직을 내려놓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카카오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태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센터장의 PC방 창업 동기이자, 격의 없는 사이로 알려진 남궁 대표는 문어발 확장 비판,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 등으로 위기에 빠진 카카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지난 1월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다. 3월 취임한 그는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주가가 15만 원을 회복할 때까지 최저 임금만 받겠다”며 메타버스, 글로벌 사업에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결국 이번 먹통 대란에 부딪히며 임기(2024년 3월 29일)를 1년 반가량 남기고 7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남궁 대표는 이날 굳은 표정으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재발방지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일에 전념하겠다”며 사실상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나아가 카카오뿐 아니라 대한민국 IT 업계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사임할 줄은 상상을 못했다”며 “그냥 사임하는 게 아니라 재발하지 않도록 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과라 판단했다”고도 했다. 재발방지소위를 맡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매듭을 짓겠다는 의미다. “기존에 계획했던 사업은 계속 진행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퇴사하는 건 아니다”라며 “측면에서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남궁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카카오는 홍은택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홍 대표는 “카카오톡은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인데 이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이용자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챙기겠다”고 했다. 김범수 센터장의 경영복귀에 대해선 일축했다. 홍 대표는 “김범수 창업자는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는 이날 카카오톡에 피해 사례 접수 채널(배너)을 열어 사례를 접수받기 시작했다. 이후 신고 내용을 기반으로 유료 서비스 외 보상까지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