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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 민주당 소속 크리스 쿤스(델라웨어) 상원의원과 스콧 피터스(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이날 탄소국경세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중국을 비롯한 탄소배출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 등지에서 제품을 수입할 때, 해당 제품 제조시 배출된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탄소국경세 우선 적용 대상은 철강·알루미늄·시멘트·천연가스·석유·석탄 등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 부문의 제품들이다. 미 언론들은 이 법안대로라면 내년 최대 160억달러(약 18조 4320억원) 세수가 증대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현재 연간 관세로 벌어들이는 세금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법안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탄소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보다 더 많은 탄소세를 부담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곳에서 생산되더라도 동일한 탄소세를 부과해 미 기업이 생산 거점을 중국 등 해외로 옮기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EU가 내놓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취지다.
쿤스 상원의원은 “기후변화에 전 세계 국가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도구가 필요하다”며 “기후변화 대책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미국의 노동자들과 기업들은 보호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법안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3조 5000억달러 규모의 예산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아직 해당 법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유세 때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의제로 제시한데다, 직·간접적으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에 따라 EU에 이어 미국에서도 탄소국경세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EU는 지난 14일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시멘트·전기·비료·알루미늄 등 5개 분야에 대한 탄소국경세를 2023년부터 도입하고 오는 2026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까지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중국, 인도, 러시아 등 탄소배출이 많은 개도국에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경우 현실화까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에선 북동부와 서부 지역에만 지방정부 단위의 배출량 거래 제도가 있다. 규제 비용을 계산하는 건 어려운 과제”라며 “연방 차원에서 실현화하기 위한 전망이 서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무역 마찰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NYT는 “탄소국경세는 세계무역을 뒤흔들고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논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새로운 외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평했다.
이외에도 현재 미 상원 의석을 양분하고 있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규모 지출 패키지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이와 연계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