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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는 지난 7월 31일부터 약 한 달간 전국 지구대·파출소·치안센터 중 54%에 해당하는 1615곳을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관찰한 지구대·파출소 1176곳 중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 73곳(6.2%)에 달했고, 경사로가 설치된 곳이라고 하더라도 △폭이 좁거나(147곳) △안전 바가 미흡하고(446곳), △경사가 급한 곳(278곳)이 다수였다.
또 모니터링 지구대·파출소 중 166곳(14.1%)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 블록이 설치되지 않았고, 792곳(67.3%)은 화장실이 좁거나 턱이 있어 장애인들이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연대는 “직원이 상주 근무하지 않는 치안센터는 지구대·파출소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연대는 이 같은 결과에 “지구대·파출소는 지역 주민의 안녕을 가장 가까이서 책임지는 공공기관”이라며 “경찰청은 장애인을 비롯한 국민이 불편함과 차별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경찰은 이러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보건복지부에 각종 편의시설에 대한 개선 계획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토론회에 나온 전문가들도 행정 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동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변호사는 “행정 당국은 미흡한 실태를 확인하고, 추상적인 수치상의 목표를 수립하는데 그쳤다”며 “구체적 계획을 세워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실질적 노력으로 나아가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변호사는 이어 “일차적으로 시설주인 경찰청이 각성해 변화를 위한 노력을 펼치는 게 가장 적합하다”면서도 “만약 경찰청에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보건복지부에서 직접 예산을 편성해 단계적인 대집행을 실행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지구대·파출소 접근을 어렵게 하는 시설들을 즉시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상묘 경찰청 경무담당관은 “경찰관서가 낡거나 도로에 인접한 곳이 많다 보니 요구안이 모두 수용되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가 된 시설은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즉시 개선하겠다”면서 “관련 단체들과 소통하면서 지구대 등의 접근성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