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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코피 전략’에 반대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를 주한 미 대사 내정 단계에서 낙마시켰을 때만 해도, 허버트 맥마스터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축으로 하는 ‘매파’의 손을 들어주는 듯했다. 대표적 매파로 알려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투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중 줄곧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비둘기파 틸러슨(사진) 국무장관의 발언 빈도가 높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틸러슨의 무게감이 달라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실 틸러슨 장관은 지난해 말 경질까지 거론됐던 인사다.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한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한 직후 트위터에 “‘리틀 로켓맨(김정은)’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틸러슨을 비꼬았을 정도였다. 두 달 뒤인 12월엔 틸러슨 장관이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하자, 백악관은 곧바로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면박을 줬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타깃이 매파인 맥매스터 보좌관으로 옮겨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맥매스터 보좌관을 최근 몇 개월간 지속적으로 질책했고, 틸러슨 장관의 경질설이 나돌던 지난해 11월말엔 해임까지 고려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맥매스터 보좌관이 ‘러시아의 선거개입 증거가 분명해졌다’는 입장을 밝히자, 그를 장군으로 지칭하며 “맥매스터 장군은 선거 결과가 러시아에 의해 영향받거나 바뀌지 않았으며, 오직 내통은 러시아와 사기꾼 H(힐러리), DNC(민주당전국위원회),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있었다고 말하는 걸 잊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 정부는 이방카 선임고문이 방한 기간 “북한 정부 인사를 만날 계획은 없다”(고위 관계자)고 했다. 청와대도 북미 간 고위급 회동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만날 기회가 전혀 없다. 이번에는 중재 기회도 없을 것”이라고 (고위 관계자)고 했다. 한·미 모두 신중한 입장이지만, 북미간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미 외교안보팀 내부에서 비둘기파가 힘을 받고 있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