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연기력 탓에' 경비업체 직원, 강도 위장 ATM서 돈 빼냈다 덜미

‘강도 자작극’으로 서울 관악구의 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약 1억원을 훔쳐 달아난 노모(24)씨와 김모(23)씨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돈. (사진=관악경찰서)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친구에게 은행 강도 역할을 시키는 등 자작극을 벌여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약 1억원을 훔친 경비업체 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경비업체 직원 노모(24)씨와 노씨의 친구 김모(23)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3일 오후 11시쯤 서울 관악구의 한 은행 지점 ATM 4대에서 9450여 만원을 꺼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범행 전 ‘강도 역할을 맡은 김씨가 노씨의 급소를 때려눕히고 폐쇄회로(CC)TV를 돌린 뒤 노씨가 갖고 있던 ATM 열쇠를 이용해 돈을 훔쳐 달아난다’는 시나리오를 짰다.

김씨는 실제 은행 안에서 “ATM에 카드를 넣었는데 오류가 났다”며 경비업체에 신고했고 노씨가 출동하자 각본대로 연기한 뒤 돈을 챙겨 현장을 벗어났다. 노씨는 김씨가 빠져나간 뒤 경찰에 “강도를 당했다”며 신고했고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CCTV에서 김씨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노씨의 ‘어설픈 연기’탓에 ‘완전 범죄’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경찰은 CCTV 영상에서 급소를 맞고 쓰러진 노씨의 행동이 어색하단 점을 주목했다. 보통 급소를 맞은 사람은 몸을 구부린 채 기절하는데 노씨는 몸을 곧게 편 채로 누워 있었다. 경찰이 이 점을 추궁하자 노씨는 결국 “개인 채무에 시달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노씨의 자백을 통해 돈을 보관 중이던 김씨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에는 경비업체만 은행ATM을 관리하는 점을 악용했다”며 “은행이 추가적인 보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