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한 개미에 주식 팔자"…홍콩기업 주주들 손턴다

이정훈 기자I 2015.04.20 17:01:00

호니-칼라일 등 PEF 지분처분..텐센트 창업주도
구주매출 4월에만 4兆 육박..증시 조정 빌미될듯

홍콩 항셍지수와 구주매출 규모 추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로 몰려들어 주식을 사들이자 홍콩 대형 상장사들은 오히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는 향후 홍콩 증시에서 물량 확대 부담으로 이어져 주가 조정의 빌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자체 데이터를 취합해 이달중 홍콩증권거래소에서 홍콩 기업 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내다 파는 구주매출이 34억달러(약 3조6700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이미 최근 1년 6개월만에 가장 큰 규모다.

실제 지난 18일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사모투자펀드(PEF)인 호니캐피탈은 보유하고 있던 CSPC파마큐티컬그룹 지분 13억달러 어치를 시장에서 공개 처분했다. CSPC주가는 지난주 1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고, 호니캐피탈은 주가 상승을 이용해 차익실현에 나섰다.

또한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와 중국 여성 속옷 브랜드인 코스모레이디차이나홀딩스 창업주 등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구주매출로 처분했다. PEF인 칼라일그룹도 하이얼전자 지분 4억2400만주를 구주매출로 처리했고,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도 중국 신다 국유자산관리회사 지분 2억4500만주를 처분해 현금으로 바꿨다.

이는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때문이다.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달 저점에서부터 20%나 급등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상승랠리를 이어가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홍콩 H주를 사려는 투자자들이 홍콩으로 몰려들었다.

앤드류 설리번 하이퉁국제증권그룹 주식 트레이딩 대표는 “이같은 증시 랠리야말로 기존 주주들로서는 지분을 처분해 현금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이렇게 처분한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너무 많다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구주매출 증가가 홍콩 증시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증권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자 그동안 펀더멘털과 괴리돼 높이 상승했던 주가가 구주매출 과정에서 현실을 반영해 디스카운트(할인판매)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얼전자는 칼라일의 구주매출 이후 주가가 6.8%나 급락했고, 중국 신다 역시 5% 가까이 주가가 추락했다. 텐센트 역시 창업주인 마화텅 회장이 지난주 지분을 팔았다는 소식에 주가가 1년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네이더 내이미 AMP캐피탈 인베스터스 자산배분 대표는 “주주들은 긍정적인 시장심리를 이용해 주식을 팔려고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같은 차익실현용 구주매출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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