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위기의식 증폭... 농성수위 높여

오마이뉴스 기자I 2004.03.10 23:20:46
[오마이뉴스 제공] 최병렬·조순형 야 2당 대표의 기자회견과 한나라당 소장파의 조건부 탄핵 찬성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의회 쿠데타가 단순 엄포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내 양심세력과 제민주세력과의 연대 방안도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갈 만큼 열린우리당 내 위기감은 최고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 재검토 파동에 이어 제2의 우익봉기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배기선 의원과 유시민 의원의 정국 진단 발언을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다. 저녁 8시 본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배 의원은 "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가 동시에 기자회견을 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전복시키려는 내란을 구체화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단순히 장난이라거나 노 정부에 대한 압박, 엄포가 아니다"고 운을 뗐다. 배 의원은 "노무현 정권을 붕괴시키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협력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면서 "단순한 가결 저지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민주세력과 대동단결해 저지해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영달 의원도 "수십년간의 군사독재정권을 유지해왔던 세력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권력을 빼앗긴 뒤 다시 정권을 빼앗으려다 실패하자 정망을 느끼다 결국 권력찬탈로 가는 것"이라며 엄중한 시국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우리는 이제 국민을 업고 구국투쟁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갖되 단호한 마음으로 싸우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민주당 총선전 집권프로그램 있는 듯" 유시민 의원은 앞선 두 의원보다 야당의 의도를 한층더 깊숙이 분석하며 결연한 의지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사과하면 철회할 수도 있다던 생각이 왜 하루만에 바뀌었을까 생각을 해봤다"고 말문을 연 그는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기명투표로 가면 야 2당 뿐 아니라 자민련까지 함께 동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의원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마 이들은 총선 전에 개헌을 해서 지역주의 세력 연합을 구축해 새로운 권력을 세우는 것에 합의했을 수도 있다"면서 "지금 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의 발언을 보면 대통령 길들이기를 넘어서 자기들 나름의 집권프로그램이 자리잡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 의원은 "실제 모든 것을 걸고 표결을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지금은 낭떠러지 끝에 서있는 심경으로, 사즉생의 각오로 모든 분들이 빠짐없이 표결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총력투쟁을 촉구했다. 송영길 의원도 유 의원과 인식을 같이했다. 송 의원은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경선 후보가 될 때부터 당선될 때까지 한번도 대통령으로 인정을 한 적이 없었는데 다시 권력을 되찾을 기회만 노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미 야당 의원들은 거의 다 찬성을 했고 사실상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뒤 "이회창 후보가 강시가 부활하듯 이 기회를 이용해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보수우익세력의 재결집을 경계했다. 그는 이같은 재결집 움직임을 "해방 후 민족 반역자들이 민족주의자들의 틈에 끼어 살아난" 역사적 전례에 빗대며 "12·12 쿠데타의 탱크소리를 듣는 것만큼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민주당의 개혁세력인 이낙연, 추미애, 정범구, 설훈 의원 등은 과감히 (민주당을)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저녁 8시 의원총회를 기점으로 농성의 수위를 한 단계 높여 연좌시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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