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관광 법제 개편 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관광기본법 전부 개정 및 관광진흥법 분법(分法)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은 지난해 9월 제10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선언된 ‘관광법제 대전환’ 계획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지난 2월 제11차 회의를 통해 확정된 ‘방한객 3000만 명·관광 수입 300억 달러’라는 고성장 목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마지막 하드웨어 정비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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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번 ‘대수술’을 단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행 법체계가 급변한 관광 환경을 전혀 수용하지 못하는 ‘시대적 불일치’가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의 근간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주도의 ‘외화 획득’과 ‘단체 패키지 관리’에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 당시에는 소수의 대형 여행사가 관제 주도 하에 관광객을 모으는 방식이 효율적이었으나 4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날 관광 시장은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이 생태계를 주도하고, 개별 자유여행(FIT) 비중이 전체의 80%를 넘어서는 ‘초개인화·디지털’ 시대로 진화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의 법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불법’ 아니면 ‘사각지대’로 내몰아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족쇄가 되고 있다”며 “관광을 더 이상 단순한 ‘노는 문화’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된 고부가가치 창출원인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훈 한양대 교수는 “법은 고정된 틀이 아니라 생동하는 산업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며 “이번 개편이 단순히 업종을 재분류하는 수준을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유연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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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법 신설 추진…업종 관리 방식 손질
이번 개편의 핵심은 1986년 이후 땜질식 개정으로 누더기가 된 ‘관광진흥법’을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다.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이를 ‘관광기본법-관광산업법-지역관광발전법’으로 분리하는 3각 체계를 제안했다. 정책의 목적성에 따라 산업 육성과 지역 균형 발전을 이원화하여 행정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관광산업법’의 신설이다. 그간 정부가 시혜를 베푸는 식의 ‘진흥’이라는 모호한 틀에 갇혀 제도권 밖에서 방치됐던 OTA, 관광 벤처, 공유 숙박 등을 법적 테두리 안으로 적극 편입시켜 제도적 안정성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 체제에서 핵심 가치로 내건 ‘민간 주도 성장’과 ‘관광의 디지털 전환(DX)’을 법적으로 공식화해 제조·서비스 대기업들의 관광 산업 진입 유인을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강정원 문체부 관광정책실장은 “단순히 몇몇 조문을 수정하는 차원을 넘어 관광 지원 체계 전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중차대한 작업”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탄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해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관광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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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화려한 청사진 이면에는 풀어야 할 고질적인 숙제들도 산적해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80년대식에 머물러 있는 ‘경직된 업종 분류’가 실제 산업 발전을 심각하게 가로막고 있다는 현장의 뼈아픈 지적이 쏟아졌다.
이날 현장에서 한 참석자는 “현행 법상 7대 업종 분류로는 숙박과 이동, 콘텐츠가 결합된 현대의 복합적인 관광 비즈니스를 도저히 담아낼 수 없다”며 “특히 특정 언어권 가이드 수급난의 경우, 낡은 자격 요건에 묶여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한데도 신규 진입이 막히는 기형적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인바운드 관광객은 폭증하고 있으나, 업종 칸막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일손 부족’과 ‘사법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다.
심창섭 가천대 교수 또한 지역 관광의 실효성을 짚으며 “지역관광발전법이 성공하려면 중앙의 예산을 단순히 나눠주는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며 “데이터 통합을 통해 지역별 특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지자체가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권한의 이양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산업의 국부 창출 기여도가 유독 낮게 측정되는 ‘통계의 오류’ 역시 뜨거운 감자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는 “관광산업의 GDP 기여도가 수년째 3% 수준에 머무는 것은 디지털 플랫폼 매출이나 서비스 융복합 부가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전통 여행업 중심의 통계 산출 방식 때문”이라며 “통계청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플랫폼 기반의 신규 수요를 온전히 잡아낼 수 있는 통계 혁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법 개정 효과도 반감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플랫폼 규율·부처 조율이 최대 변수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을 사실상 ‘관광의 독립 선언’으로 평가하면서도, 타 부처와의 정책 조율을 가장 큰 암초로 꼽았다. 공유 숙박(보건복지부), 관광 벤처(중소벤처기업부), 지역 개발(행정안전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진 권한을 조율하고 데이터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광익 한국관광학회 수석부회장은 “새로운 산업법에는 글로벌 OTA의 시장 독점을 견제하고 토종 스타트업을 보호할 수 있는 공정거래 기준이 명확히 담겨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의 과실이 대형 플랫폼뿐만 아니라 중소 사업자들에게도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정교한 보호 장치가 법 개정의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강정원 실장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수십 년간 고착화된 통계 체계와 업종 분류의 틀을 바꾸는 것은 그야말로 지난한 과정임을 인지하고 있다”며 “입법 과정에서 범부처 협의를 강화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관광이 GDP 3%라는 저평가의 굴레를 벗고 3000만 시대의 실질적인 국가 주력 수출 산업으로 안착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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