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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올해 2월 17일자 ‘일급’ 기밀로 분류된 유출 문서에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고위 군사 관계자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엘시시 대통령이 지난 2월 1일 이 관계자에게 최대 4만발의 로켓을 생산해 러시아에 비밀리에 전달하라는 지시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문서에 따르면 엘시시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연관된 인사들에게 로켓 생산 및 선적 사실을 비밀로 유지할 것을 수차례 당부했고, 로켓뿐 아니라 포탄과 탄약 공급도 계획했다.
아흐메드 아부 자이드 이집트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내용인지 사실인지 묻는 질문에 “이집트의 입장은 처음부터 이 위기(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지 않고, 양국과 동등한 거리를 유지하기로 약속한 것”이라며 “유엔 헌장 및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확인한 국제법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집트는 계속해서 양 당사자가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을 통해 정치적 해결에 도달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집트가 관련 사실을 즉각 부인하지 않아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로 이집트를 압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집트는 밀 수입의 약 80%를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미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그런 계획이 추진됐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본 적도 없다”고 말해 문서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나온다.
해당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거나 관련 정황이 포착되면 양국 간 외교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WP는 미국이 지난 수십년 간 이집트에 매년 10억달러(약 1조 3200억원) 이상 지원해 온 만큼,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은 이집트에는 위험성이 매우 큰 도박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역시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 책임만큼은 피할 수 없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크리스 머피 의원은 “이집트는 중동에서 우리의 가장 오래된 동맹국들 중 한 곳”이라며 “만약 러시아를 위해 몰래 로켓을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