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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 범죄를 지칭하는 용어가 딱히 없었을 당시 생겨난 데이트폭력이라는 용어가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데이트’라는 말의 어감이 아무래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교제폭력’이 더 적절해 보인다. 실제 시민사회계에서는 데이트폭력 대체 용어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Violence in intimate relationship)’, ‘파트너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등 다양한 단어가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데이트폭력은 연인 사이에서 행해지는 언어·정서적 폭력이나 집착 등도 포괄하고 있어 세분화된 개념으로 재정립할 필요도 있다.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건들은 이미 교제가 끝난 사이에서, 더군다나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이기 때문에 데이트라는 말과는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나영이(가명) 사건’을 ‘조두순 사건’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지적처럼,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용어라도 어떻게 지칭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가해자 중심에서 벗어나 사태의 심각성을 포괄하면서도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묘사할 수 있는 적절한 용어 사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