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호르몬은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꼭 필요하다. 이 호르몬을 생산하고 분비하는 곳을 내분비계라 한다. 따라서 내분비계에 종양이 생기면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여러가지 질환이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부신은 대표적인 내분비계 기관이다. 부신에서는 코르티솔, 알도스테론, 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대응한다. 동물 실험 결과를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쥐는 부신이 커져 있다. 알도스테론은 나트륨과 물을 흡수하고, 칼륨을 배출해 혈압을 조절한다.
부신에도 종양이 생길 수 있는데, 부신에 생긴 1cm 이상의 종괴(덩어리)를 부신종양이라고 한다.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초음파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30세 미만에서는 1%지만, 70세 이상에서는 7%까지 증가한다.
부신에 종양이 생기면 쿠싱증후군, 갈색세포종, 알도스테론증 등의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쿠싱증후군이다. 건국대병원 갑상선암센터 박경식 교수는 “종양으로 코르티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서 체형이 변화하는 병”이라며 “가슴과 배는 살찌고, 반대로 팔과 다리는 가늘어진다”고 설명했다. 알도스테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근육의 기능을 조절하는 혈중 칼륨 농도가 떨어지면서 팔다리 근육이 약해져 걷다가 넘어지기 쉽다.
부신 종양의 경우 호르몬의 과다 분비를 유발하지 않으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 다만 종양의 크기가 4cm 이상이면 다른 장기를 압박할 수 있고,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다.
부신 종양의 제거는 복강경 수술이 표준 수술방법이다. 절개 수술을 하면 복부는 10cm 정도 절개 해야 하는 반면, 복강경은 작은 구멍 크기의 절개만으로 종양 제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병변 조직의 유착이 심할 때, 종양이 다른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과다 출혈 위험이 커 로봇 수술을 진행한다. 부신은 체내 깊숙이 위치하며 혈류량이 많은 게 특징인데, 로봇수술로 하면 자극과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고, 회복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박경식 교수는 “최근 젊은 층에서도 부신 종양이 많이 발견된다”며 “혈압이 높고, 거미형 체형이거나, 근육이 약해 자주 넘어진다면 호르몬 검사를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부신 호르몬 이상이 만성화 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며 “수술로도 호르몬 기능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