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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역대 최대' 2兆↑…신용대출 급증 주의보(종합)

김정남 기자I 2018.03.14 13:54:42

올해 1~2월 기타대출 증가액 2.1조
한은의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치
주담대 막히자, 신용대출 ''풍선효과''
담보 없고 금리 높은 신용대출 증가
"가계부채 리스크 더 높아져" 지적도
"신용대출 출처조사 정확히 할 필요"

시민들이 한 시중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문재인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연초 은행권 가계대출이 ‘역대급’ 급증했다.

특히 신용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대출 수요가 상당수 신용대출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1~2월 기타대출 2.1兆 급증

1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올해 1~2월 중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이 지난 2008년 관련 통계를 편제한 이래 사상 최대치다.

그 중에서도 기타대출이 큰 폭 증가했다. 1~2월 중 가계의 기타대출은 2조1000억원 늘었다. 이 역시 역대 최대다.

기타대출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상가·오피스텔 등), 예·적금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을 말한다. 대부분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이라고 보면 된다.

1월과 2월을 합산해 분석한 것은 설 연휴의 변동성 때문이다. 명절이 포함된 달에는 상여금 때문에 통상 기타대출이 줄어든다. 그런데 설 연휴의 경우 어떤 해는 1월이고 어떤 해는 2월이다. 그런만큼 연초 가계대출 추세를 파악하려면 두 달을 합산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기타대출이 급증한 것은 부동산 호황과 관련이 있다. 문재인정부의 규제로 은행권 주담대가 여의치 않자, 신용대출 혹은 마이너스통장대출을 통해 부족분을 채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주담대는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만1000호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000호에 불과했다. 다만 올해 1~2월 주담대 증가액은 전년(2조9000억원) 대비 소폭 늘어난 3조1000억원에 그쳤다. 주담대로 소화하지 못한 대출 수요가 기타대출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연초 기타대출 급증은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증가액은 주로 마이너스(-)였기 때문이다. 2008~2016년 당시 1~2월 기타대출 증가액은 0조→-3조5000억원→-2조5000억원→-1조3000억언→-2조1000억원→-2조→-1조3000억원→-1조7000억원→-3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000억원 늘어나 증가 전환했고, 올해 2조1000억원 폭증한 것이다.



◇최종구 “신용대출 증가 주시”

금융당국도 이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담대 상승세가 줄면서 일부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전체적인 가계대출 증가세에서 신용대출이 너무 늘지 않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담보가 없고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가계부채 위험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위원장은 “금리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취약차주의 대출 상환 능력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는 것도 비슷한 걱정거리다. 한은에 따르면 2월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2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1월(3조2000억원) 이후 석 달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이 포함된 중소기업대출은 4조8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대출의 정확히 절반이 자영업자의 몫이었던 셈이다. 올해 1~2월 누적 증가액은 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원)보다 더 가파르게 불어났다.

이는 영세 자영업이 급격히 많아지고 있는 데다, 부동산 임대업이 호조인 시장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역시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 영향도 없지는 않은 것이다.

반면 2월 대기업의 예금은행 대출은 오히려 1조5000억원 감소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신용대출은 주로 급전을 빌릴 때 썼지만, 지금은 내 집을 장만할 때 주담대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 빌리는 것도 있어 보인다”며 “그런데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의 출처를 잘 모르고 있고 조사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처방이 나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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