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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내년 韓성장률 3% 못 미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6일 ‘돌직구’를 날렸다. 이날 KDI는 ‘올해 하반기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각각 3.1%, 2.9%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전망 때보다 0.5%포인트, 0.4%포인트 올린 것이다.
그러나 KDI는 우려와 함께 쓴소리도 했다. 반도체 경기에 과도하게 의존한 성장세가 불안하다는 얘기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 경제 회복에 따라 수출은 당분간 호조세를 이어가지만, 반도체를 포함한 투자 증가세가 확 꺾이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최근 내놓은 전망치(3%)보다 0.1%포인트 낮다. 문재인 정부가 3%대 성장 시대 복귀의 축포를 쏘기엔 이르다는 얘기다.
◇내년 설비투자 5분의 1로 급감…“성장 견실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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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올해 3.9%(물량 기준) 늘었던 상품 수출은 내년에도 3.6% 증가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비스를 포함한 총수출은 3.8% 늘어 올해(2.4%)보다 증가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총소비도 민간 소비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2.7%에서 내년에는 3%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최저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김현욱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현재 우리 경제의 개선 추세가 총량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런 개선세가 반도체 산업과 수출 부문에 상당히 집중돼 있어서 전반적으로 성장이 견실하다고 평가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자리 증가도 부진…“한은 금리 인상 이른 판단”
이처럼 견실하지 못한 경제 성장은 일자리 부진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KDI 시각이다.
KDI는 내년 취업자 증가 규모가 30만 명 안팎으로 올해(30만 명 초반)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내년에 공무원 채용 등 일자리 예산을 확대해 2만~3만 명 정도를 추가로 고용하더라도 투자 둔화로 건설 일용직 등 민간 일자리 증가세가 더 가파르게 꺾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DI는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 등 거시 경제 정책은 당분간 현재의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되는 산업 및 부문의 성장이 균형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도 반대 견해를 내놨다. 김 부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거시 경제 지표를 볼 때 ‘이른 판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물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내수·일자리 등 경기 개선세가 아직 뚜렷지 않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도 주춤한 만큼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