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 기대감에 글로벌 회사채 발행액 최고치…M&A 총알용

양지윤 기자I 2024.07.10 16:44:39

상반기 세계 회사채 발행액 4092조원
코로나 팬데믹 초기 최고치 경신
美 홈디포·시스코시스템즈 등 M&A 실탄 확보
낮아진 이자, 금리인하 전 기관 유입 덕분
"美 대선 불확실성에 하반기 수요는 약화될 듯"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최근 미국 경기지표가 둔화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회사채 발행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으로 미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기 전 고수익 회사채에 막대한 투자금이 몰린 덕분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같은 흐름을 타고 인수합병(M&A) 실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을 인용해 올해 1월부터 6월24일까지 전 세계 회사채 발행액이 2조9546억달러(약 4092조121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회사채 발행 건수도 9862건으로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회사채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에 현금 흐름 악화를 우려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자금 조달을 늘리면서 지난 2020년 상반기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기업들이 M&A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 최대 건자재 판매기업인 홈디포는 지난 6월 99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조달한 자금은 전문 건축자재를 판매하는 SRS 디스트리뷰션 인수에 쓸 계획이다. 미국 대형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는 약 130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정신분열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카루나 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미국 네트워크 장비대기업 시스코시스템즈와 제약사 애브비도 회사채 발행을 통해 M&A용 실탄을 조달했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와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도 회사채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루프트한자는 리파이낸싱(차환), 보잉은 항공기 안전 사고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 발행이 늘어난 배경에는 회사채 수익률 하락으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자 지급 부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인터컨티넨탈거래소(ICE)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적격 회사채 수익률은 1~6월 4.7~5.0%를 기록, 지난해 7~12월 5.1~5.7%에 견줘 최대 0.7%포인트 떨어졌다.

국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 간 스프레드가 좁혀진 것도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올 상반기 1.0%대를 맴돌며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인 2021년 9월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하반기 회사채 스프레드는 1.2~1.4%로 올 상반기보다 다소 높았다. 회사채 스프레드 축소는 회사를 찾는 기관 수요가 늘고 있으며 그만큼 회사채 가격이 상승(채권금리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노린 기관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회사채 시장으로 유입됐다는 얘기다.

하라다 겐타로 SMBC 닛코증권 수석 신용애널리스트는 “해외에서는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 회사채가 인기가 높고, 특히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 하반기는 회사채 강세 흐름이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연말로 갈수록 자금 조달 비용이 더 비싸질 수 있다고 보고 기업들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선제적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비 화이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회사채 시장에 대해 “미국 회사채에 대한 매수 수요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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