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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1테라비트(Tb) TLC(트리플 레벨 셀) 9세대 V낸드는 290단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238단으로 최고층 제품을 판매해 왔지만, 삼성전자가 이번 신제품으로 적층 경쟁에서 크게 역전했다. SK하이닉스는 이보다 높은 트리플 스택 321단 낸드를 공개한 적이 있으나, 양산은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신제품으로 삼성전자는 AI향 메모리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계획에 가까워졌다. 이와 함께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낸드 업황 수혜를 더 크게 누릴 여지가 커졌다. 낸드는 ‘3강 체제’가 굳어진 D램과 달리 5~6개 업체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기술 난이도 역시 D램보다 낮아 원가 경쟁이 심하다. 이런 탓에 낸드는 반도체 불황이 닥치자 대형 손실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낸드 업체들의 감산에 더해 AI향 데이터센터에 탑재할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업을 하고 있는 메타를 비롯해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과 아마존 등은 올해 공격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2년간 독일에 33억유로(약 4조7000억원)를, 일본에 29억달러(약 4조원)를 각각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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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증권은 1분기 삼성전자 낸드의 영업이익을 4000억원으로 추정했고 신영증권은 3000억원으로 계산했다. 유진투자증권은 5000억원까지 예상했다. 지난해에는 매분기 적자를 봤으나 올해 1분기부터는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오는 25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 역시 낸드 흑자 가능성이 크다. IBK증권은 SK하이닉스 낸드 이익으로 1400억원을, 한국투자증권은 720억원을 각각 제시했다. 일부에선 여전히 SK하이닉스가 낸드에서 적자를 봤으리란 의견을 내지만, 그 규모는 수천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분기별 조(兆) 단위 손실보다는 대폭 줄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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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폰과 AI PC 등 온디바이스 AI 제품 출시와 기기 교체 주기가 도래하는 점도 첨단 낸드 수요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IT 수요가 폭발했고 3~4년이 지나며 스마트폰을 비롯해 노트북, PC 등 전자기기 교체 시기가 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AI 기능을 강화한 제품이 쏟아지면서 심리를 더 자극하고 있다.
낸드 회복은 메모리 기업들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 마이크론까지 HBM 경쟁에 뛰어들면서 공급 증가에 따른 HBM 가격 하락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AI 수요를 충족할 첨단 낸드가 수익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이어지겠지만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조정을 받을 수는 있다”며 “이제는 낸드가 받쳐주고 있어 전사적인 수익이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HBM은 갈수록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낸드 회복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HBM은 비중 자체가 작아 수익이 다소 빠져도 전체 메모리 이익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