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사관 폭격에 "확전 위험 최고조"…다시 벼랑 끝 중동

이소현 기자I 2024.04.02 16:39:11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등 고위급 사망
이란·헤즈볼라 "이스라엘, 모든 책임져야" 응징 예고
최대 우방 미국에도 "책임 져야"…美 "관여 안해"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국제유가 5개월만 최고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의 폭격 사태로 6개월 전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 지역이 가장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란이 응징을 예고하자 직접 전쟁에 개입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보복에 동참할 것을 선언하며 화력을 더했다. 앞으로 중동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유가가 들썩이는 등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건물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폭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 등 여러 명이 숨졌다.(사진=연합)


1일(현지시간) CNN은 이란 영사관에 대한 공격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6개월 전 시작된 이래 가자지구 밖에서 확전 위험을 가장 고조시킨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은 이날 낮 12시 17분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에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레바논과 시리아의 쿠드스군 부사령관인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장군 등 5~8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란은 이스라엘이 미사일 6발을 발사해 영사관을 타격했다고 주장하며, 보복을 예고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침략적인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그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따라 그러한 비난받을만한 행위에 단호한 대응을 취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고유한 권리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을 향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 이후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해 온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고 “이 범죄는 적이 처벌과 응징을 당하지 않고서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응징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이란에 이스라엘의 이란 대사관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통보했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는 중동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폭격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 언론들은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감행했음을 인정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CNN에 “이곳은 영사관도, 대사관도 아니다, 다마스쿠스의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자국 영토인 영사관이 타격받자 그간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을 내세워 직접적으로 전쟁 개입을 꺼려온 이란이 직접 전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이번 영사관 공습으로 지역 내 이란의 ‘그림자 네트워크’를 겨냥해 더 공격적인 행동에 나섬에 따라 이스라엘과 이란이 오랫동안 중동 전역에서 암암리에 벌여온 ‘선전포고 없는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란 영토를 겨냥한 공격 행위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오는 2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요르단과 파키스탄도 각각 규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몰아세우고 유엔 안보리에 조치를 촉구했다.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불안이 다시 고조되자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71달러로 전 거래일(3월 28일) 종가 대비 54센트(0.65%) 상승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27일(85.54달러)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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