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업계 의견을 경청했다는 정부와 달리, 업계에선 “누구를 위한 규제 개선이냐”는 말이 나온다. 공청회는 물론 토론회 한 번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몇 차례 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 개선이라면 ‘바텀 업’ 방식이 일반적인데 이번 개편안은 ‘톱 다운’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정부 내에서 (등급제를) 누가 의제로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어떤 분이 제안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감에서까지 이 개편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건 등급제가 도입될 경우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외국계 기업에 공공 시장 문을 열어줄 수 있어서다. 정부는 민간 서비스 영역과 공간적으로 분리된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서버를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최하위 등급인 3등급에 한해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네이버, 카카오, KT 등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CSP)들은 인증을 받으려고 수십억원을 들여 별도 인프라 투자를 했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정부를 믿고 투자한 비용이 한순간에 매몰 비용이 되게 생긴 셈이다.
그게 다가 아니다. AWS 등 외국계 기업과 기술 격차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시장을 개방한다면 국내 클라우드 산업과 생태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미 AWS가 국내 민간 시장을 장악해 버렸는데 공공 시장까지 내주게 되면 데이터 주권이 약화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외국계 클라우드를 쓰려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자국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키우기로 정책을 수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CSP를 보유한 곳은 미국과 중국을 빼면 우리나라뿐이다. 클라우드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다. 우리 정부도 토종 CSP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