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미국서 3조 투자 이은 ‘兆’ 단위 투자
기업들 보수적 기류 속에서 택한 투자 정공법
말레이시아 2공장 증설...2024년부터 양산
“2030년에 글로벌 톱티어(Top Tier)로 도약”
[이데일리 박민 기자]
삼성SDI(006400)가 1조7000억원을 들여 말레이시아에 배터리(이차전지) 제2공장을 증설한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의 ‘보수적 투자’ 기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삼성SDI는 올해 5월 미국 내 3조 투자 발표에 이어 또다시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며 정면돌파에 나서는 모습이다.
|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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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는 2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에서 최첨단 혁신 라인을 갖춘 배터리 2공장 기공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2공장은 2025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총 1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완공 전인 2024년부터 삼성SDI의 독자 브랜드 프라이맥스(PRiMX) 21700(지름 21㎜×높이 70㎜) 원형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최윤호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이번 기공식은 2030년 글로벌 탑 티어(Top Tier·일류)라는 우리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2공장의 성공적인 건설과 조기 안정화를 통해 말레이시아 법인을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1년 설립된 삼성SDI 말레이시아 법인(1공장)은 삼성SDI 최초의 해외 법인이다. 초기에는 브라운관 제조 거점이었지만 삼성SDI는 이곳을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2012년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이번 2공장 증설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전 세계 원형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전동공구를 비롯해 마이크로 모빌리티(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등),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될 예정이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원형 배터리 시장은 기존 전동공구와 마이크로 모빌리티에서 전기 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영역까지 확대되면서 2022년 101억7000셀(배터리의 최소 단위)에서 2027년 151억1000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년 간 연 평균 8%대 성장률이 예상된다.
| 삼성SDI의 프라이맥스(PRiMX) 배터리 이미지. (사진=삼성SD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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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사장은 올해 회사 창립 52주년 기념식에서도 고성장이 예상되는 대용량 원형 및 전고체 배터리 등을 언급하며 “조기 양산을 통해 차세대 제품 시장을 선점해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뤄나가자”며 “보다 속도감 있게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 5월 유럽의 다국적완성차그룹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겠다며 3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공장은 2025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간다. 초기 연간 23GWh 규모의 배터리 셀·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해 향후 33GWh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에 이어 말레이시아까지 잇단 ‘조’ 단위 투자는 올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둔화로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삼성SDI는 ‘투자확대’라는 정공법을 택해 2030년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