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원(61) 국립국어원장은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록하지 않으면 바로 없어지는 게 언어”라면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올해 역점 사업을 발표했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지역어의 보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게 국립국어원 측의 설명이다. 또한 인터넷 발달에 따른 언어 환경의 급변화는 민간영역의 사전 편찬을 위축, 공공사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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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원장은 “과거 사투리를 부끄러운 것으로 느껴,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시대가 바뀌면서 지역어의 가치 및 보존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커졌다”며 “먼저 제주어 연구를 제안해준 제주(2023년)를 시작으로 전라, 경상, 충청, 강원 등 도별로 하나씩 지역 언어문화 자료 디지털 전시관을 설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70억원을 투입해 국어사전 개편 작업도 들어간다. 장 원장은 “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에 만들어진 이후 단 한 번도 전면 개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의 언어 생활과는 의미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아 전반적인 개편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어원에 따르면 옥스퍼드 사전에 ‘먹방’ 단어가 등재됐음에도 정작 우리 사전에는 없다. 또 성차별적 용어나 장애인 및 여성비하 예문들도 대대적으로 손본다. 앞서 국립국어원은 미용실, 양산 등 뜻풀이에 나오는 해설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삭제한 바 있다.
유튜브 같은 영상 등을 자주 접하는 우리나라 젊은층들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까지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이 높은 수준이지만, 40~60대로 갈수록 떨어진다.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국민들의 문해력 신장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국립국어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국어 능력 진단 체계를 개발한다. 우선 쓰기부터 시작해, 말하기·듣기·읽기 평가 체계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장 원장은 “국가 차원에서 평가 체계를 만들면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채용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류에 힘입어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면서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국외 한국어교원 인증’(K-teacher)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한국어 AI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대규모 언어 빅데이터(말뭉치)도 구축해나간다. 한국의 경우 약 21억 어절을 구축한 상태로 중국(800억 어절), 일본(40억 어절)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상황이다. 25년까지 누적 25억 어절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