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상속세 내려면 계열사 배당 확대할 것” 기대감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2.27%(28일 종가 기준)가 상승했다. 올해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3월 19일 3만1900원과 비교해서는 155.17%나 올랐다.
삼성생명 주가 상승 배경은 배당 기대감 때문이다. 고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면서 남긴 주식분에 대한 상속세가 11조388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회장 유족들이 상속세를 5년간 분할납부할 것으로 가정할 경우 매년 2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상속인들이 상속세를 마련하려면 계열사 배당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은 삼성전자 2억4927만주(지분율 4.18%), 삼성전자우 61만주(0.08%), 삼성생명 4151만주(20.76%), 삼성물산 542만주(2.88%), 삼성SDS 9701주(0.01%) 등이다. 이 회장 유족들이 먼저 삼성전자 배당 등을 통해서 1조원 수준의 자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주가는 정기배당과 특별 배당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현재 특별배당은 보통주 1주당 1000원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고 이 회장 주식에 대한 배당금은 8000억원, 가족들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배당금까지 대략 1조원 가까이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이 많은 삼성생명 배당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생명의 총수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82%나 된다. 게다가 삼성생명은 지난해 주주환원 정책을 밝히면서 3년간 배당성향을 50%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올해도 지난해보다 배당 성향을 높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생명의 배당성향은 지난 2018년 30%에서 2019년 37%(삼성전자 매각익 제외 기준)로 늘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650원으로, 총 4760억원을 배당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배당성향이 4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은 “이사회가 열릴 때까지는 배당금 규모나 성향 등을 확정해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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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삼성생명의 배당규모가 작년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제조업과 다르게 보험사 상품은 소비자의 보험료로 이뤄져 급격하게 배당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당금을 늘릴 거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배당이 이뤄진 뒤 그 재원을 통해 배당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장 배당금이 커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배당자제 권고도 걸림돌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험업권의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과거 금리가 높을 때 확정이자를 약속한 보험상품의 경우 금리가 떨어질수록 채권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게다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면영업도 어려워지면서 보험영업도 하락세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사, 보험사의 경우 제조업처럼 현금흐름만 보면 안 된다. 보유하고 있는 게 다 현금이라 현금흐름만 보고 배당이 가능할 것이라고 계산하는 건 오산”이라며 “보험사는 유동성 비율, 자회사 출자 한도, 지급여력비율(RBC) 등은 기본이고, 곧 시행될 신회계제도(IFRS17)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의 배당자체 요청은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보험사들이 IFRS17을 앞두고 있으니 미루라고 한 것으로 해석한다”며 “상속세 때문에 경영을 흔들 수 있는 무리한 배당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