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반려견 치료할까···유전적 배경 알아냈다

강민구 기자I 2020.07.17 18:00:00

국내 연구진, 유선암 걸린 반려견 191마리 분석
개와 인간의 공통 암 발생기작 밝혀
반려견 암 유전자 정밀의료 구현 위한 토대 마련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반려견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연구성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실제 주민의 동의를 얻어 암에 걸린 반려견 191마리에 대한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가 암에 걸리는 유전적 배경을 밝혔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김상우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가 주축이 된 연세대, 가톨릭 의대, 건국대 수의대, 광주과학기술원 공동 연구팀은 개 암의 유전자변이 패턴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1인가구 증가,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반려견이 있는 가구가 증가하지만 반려견 맞춤형 치료제 개발이나 이를 위한 과학적 기반은 부족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것은 유선암을 유발할 수 있는 전체 유전체를 대상으로 유전자변이 지도를 완성한 것이다.

유전자변이 지도는 하나의 질병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모든 유전변이의 종류와 빈도를 망라한 것으로 질병의 원인, 진단, 치료에 중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유방암 관련 주요 분자경로 및 유전자의 변화 빈도.<자료=한국연구재단>
◇유선암 발병견 191마리 대상 종양 유전체 정보 파악

사람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변이가 대부분 밝혀져 환자 개인이 가진 특징적인 유전변이를 토대로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가 이미 실현중이다. 하지만 사람과 유사한 모양과 과정으로 암을 겪는다고 알려진 개의 암을 일으키는 유전변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국내 유선암 발병견 191마리와 그 종양시료를 대상으로 종양 유전체 정보를 읽고, 유전변이와 유전자 발현을 분석해 유전자 변이지도를 완성했다.

또 유선암에 걸린 개의 유전자 변이지도와 유방암에서 변이가 나타나는 주요 유전자(PIK3CA, PTEN, TP53, BRCA)를 비교한 결과 같은 유전자들 내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빈도로 변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같은 유선암이지만 유전자 발현의 정도에 따라 더 예후가 좋지 않은 아형(subtype)이 존재하며, 이는 사람 종양에서 알려진 아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사람과 개 사이에 핵심이 되는 유전변이와 종양의 아형이 유지됨을 보여줘 향후 사람의 암에 대한 접근을 개의 치료를 위해서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반려견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암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사람의 암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료법 보다 진단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혈액 등에서 암진단을 쉽고, 빠르게, 정확하게 제공할 기술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상우 연세대 의대 교수는 “반려견의 암에 대해 최대한 적극적으로 생존을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앞으로 유전자변이 지도를 완성해 이 지도에 따라 필요한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정밀의료 구현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17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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