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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보다 심각한 SW인력 부족…미스매치 해법 해외서 찾는다

임유경 기자I 2023.08.03 19:07:37

산자부, 반도체 부족률 1.7%, SW는 4%
정부 K-디지털 인력양성 사업 펼쳤지만 한계
현실적 대안으로 해외 인력 채용도 관심 커져
웹케시 이미 120명 캄보디아 개발자 채용
기업들 아웃소싱 역량도 키워야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소프트웨어(SW)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가 반도체, 바이오 등 다른 주요 산업보다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개발자 양적 확대’ 정책이 IT 인력 시장의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개발자 수를 늘리기보다는 인력 수준을 높이는 데 정부 정책의 방향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들은 당장 부족한 인력에 대해선 해외 개발자 활용을 고려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 조사에 따르면 SW 산업의 기술인력 수는 14만 8270명이고, 부족인원은 6160명으로 집계됐다. SW 인력 부족률은 조사 대상 12개 주요 산업 중 가장 높은 4%로 나타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력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부족률은 1.7%에 불과하다.

정부가 디지털 핵심 실무인재 양성훈련(K-디지털트레이닝)을 통해 지난해까지 3만명이 넘는 인력을 배출했지만, SW 인력난 해소에는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IT 인력 시장에서는 당장 업무 투입이 어려운 신입 개발자는 많지만 기업들이 채용을 원치 않으며, 기업이 원하는 숙련된 개발자들은 몸값이 높아 구하기 어려운 ‘미스매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인력 양성 사업을 통해 배출되는 개발자의 역량을 높이는 데 정부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민석 국민대 SW학부 교수는 “정부가 K-디지털 트레이닝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쏟고 있는데, 배출되는 인력들의 품질 관리는 잘 안 되고 있다”며 “공급을 줄이더라도 기업들이 실무에 정말 필요한 인력을 키우는 양성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업들이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필요한 기술 역량을 함께 훈련시키고 채용까지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中企 절반 이상 해외 인력 채용 원해

해외 개발자 활용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국내 개발자보다 임금 단가가 낮은 해외 인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IT서비스 기업이 운영하는 ‘글로벌 개발자 센터(GDC)’를 통해 베트남 인력을 활용할 경우, 같은 수준의 국내 개발자 채용보다 60%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6월 SW인력 채용과 관련해 기업체 18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외국인 SW전문인력 채용의사가 있다고 밝힌 기업은 54.5%에 이르렀다. 이들 기업은 “동일 수준 개발자를 저렴한 임금으로 채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68.4%)”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 기업이 외국인 SW인력을 채용하면 구인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취업준비생도 55%나 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업자와 구직자 간 임금 격차가 너무 벌어져 이제 기업들은 외국인이라도 써야겠다는 절박한 상황이 나타난 것”이라며 “구직자들도 중소기업 취업에 관심이 적어 해외 인력 채용으로 일자리를 뺏긴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캄보디아 개발자 120명 채용한 웹케시

해외에서 인력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국내 중견 SW기업 웹케시는 캄보디아 개발자 120명을 웹케시 그룹 개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회사 전체 개발 인력의 30%에 이르는 규모로, 모두 회사가 2013년 사회공헌 차원에서 캄보디아에 설립한 SW교육단체 ‘KS HDR 센터’ 졸업생이다. 황정원 웹케시 HDR센터 담당 이사는 “지난 10년간 해외에서 인력을 키워서 한국 본사까지 데려오는 시스템을 만든 덕분에 다른 회사에 비하면 인력난을 덜 겪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HDR센터 출신 개발자에 관심을 갖는 국내 기업도 늘었다. 황 이사는 “센터 개발자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매 분기 한 두 곳 씩 연락해 온다”며 “웹케시가 아웃소싱 사업은 하지 않기 때문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취업 설명회를 열 수 있게 연결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기반 웹3 소셜미디어 서비스 직톡 운영사 프론티는 4년 전 서비스 개발 당시부터 해외 개발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전체 10명 미만의 소규모 업체인데, 꾸준히 1~2명 이상의 해외 개발자를 채용 또는 아웃소싱해 활용하면서 지금까지 개발자 구인난을 피해 갔다. 심범석 프론티 대표는 “코로나 기간에 개발 비용이 많이 올라가 지금 한국에서 필요한 역량의 개발자를 구하려면 억대 연봉을 줘야 하는데, 해외 개발자는 훨씬 부담이 덜하다”며 “스타트업은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게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라고 만족했다. 그는 “개발 실력이 뛰어나고,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서비스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해외 개발자 활용이 능사는 아니다. 해외 개발자에 개발을 외주 줬다가 품질 낮은 결과물을 받았다는 사례도 있다. 리스크를 줄이려면 발주 역량도 필요하다. 서석진고려대 교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인도, 베트남에 개발 아웃소싱을 줄 때 기술 문서를 기반으로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한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런 체계와 문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데 아웃소싱하는 데도 실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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