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경영권 분쟁 안개속…델타항공 등장에 KCGI `쓴웃음`

전재욱 기자I 2019.06.21 18:08:56

한진칼 주가 하루만에 15% 급락…"KCGI 기대감 반감"
KCGI "환영한다" 원론적 입장에 "위법 없어야" 경계
KCGI 지분 확대할듯…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새변수

[이데일리 최정희 전재욱 기자]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칼(180640) 지분을 취득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돕는 ‘백기사’ 행보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 한진칼 주가 15%↓…“KCGI 기대 반감”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한진칼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5.1%(6100원) 내린 3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칼우는 전날보다 7.99%(4500원) 하락한 5만1800원을 기록했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주요 주주로 떠오른 것이 회사 주가를 끌어내렸다. 델타항공은 전날 오전 자사 홈페이지에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델타항공은 앞으로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주요주주로 부상하면 한진그룹과 KCGI 간 지분 다툼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현재 KCGI는 한진칼 지분 15% 이상을 취득한 상태에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신청한 상태다.

`한진그룹 개혁`을 주도해온 KCGI가 델타항공을 만나면서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KCGI가 경영권 장악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한진칼 주가가 오른 측면이 있다”며 “주주 입장에서 좋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델타가 등장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교체가 어려워졌더”며 “KCGI에 대한 기대감 소멸됐다”고 분석했다.

◇ KCGI `쓴웃음`…“위법없어야”

KCGI는 델타항공 투자를 원론적으로 환영하면서도 경계하는 태세를 보였다. KCGI는 이날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철학을 공유하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180640)에 투자를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델타항공에 한진그룹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영투명성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 주주로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KCGI는 “우려되는 점은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 백기사로서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라며 “세계 1위 항공사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 결정이 단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델타항공이 그동안 쌓은 명예와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KCGI는 “만약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측과 별도 이면 합의에 따라 한진칼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델타항공이 대한민국 법령을 철저하게 준수해 위법사항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총수일가 중 일부는 밀수, 탈세 등 다양한 불법적인 행위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거나 재판 진행 중”이라며 “델타항공이 KCGI와 함께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불법이나 편법 행위에 대해 세계 수준의 컴플라이언스를 적용하는 데 공조하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증권가에서는 동종 업체 간 투자가 새로울 것이 없다고 보면서도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나선 것을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한항공(003490)에 직접투자한 것이 아니라 우회적으로 투자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한준 연구원은 “10%정도라면 대한항공에 직접 투자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한진칼에 대한 KCGI의 지분율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굳이 지분투자를 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한진그룹의 우호지분일 것이란 추측이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칼의 지분구조는 고 조양호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로 28.93%를 갖고 있다. 이어 KCGI가 15.98%를 확보해 2대 주주인 상태다. 이번에 4.3%를 확보한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면 한진그룹은 KCGI와의 지분 경쟁에서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델타항공이 계획대로 지분율을 10%까지 확보하면 한진그룹에 실리는 힘이 더 커질 전망이다.

◇ KCGI 한진칼 지분 늘어날 듯

KCGI는 내년 주주총회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진칼 지분을 늘려나갈 전망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확실하게 승기를 잡기 위해 KCGI는 한진칼 보유 지분율을 20% 수준으로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대로 리더십 관점에서 시장 인정받지 못한 조원태 회장은 28.9%라는 우호 지분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방어를 100% 자신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우호지분이 아예 없다고 가정할 때 KCGI는 4000억~5000억원을 더 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갑질 논표 대결이진칼 경영진에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다. 이에 따라 내년 주주총회에서 본격적인 경영권 관련 표대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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