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을 장기간 방치하면 고혈당 자체 혹은 당뇨병에 의한 말초신경병증과 하지동맥질환 등 치료하기 힘든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족부에 발생한 궤양 혹은 감염증 등을 흔히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변)이라 통칭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은 1차로 발의 감각을 무디게 하여 상처가 쉽게 생기게 할 수 있다. 하지동맥(대혈관)의 혈액순환장애는 상처가 아무는 것을 더디게 하여 족부궤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난치병이 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고혈당으로 말초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섬유가 손상돼 나타난다. 저린 느낌, 작열감, 찌르는 듯한 통증, 맨발로 뜨거운 모래 위를 걷는 느낌, 열감이나 냉감, 쥐어짜는 듯한 하지통증이 대표적이다. 통증의 정도는 매우 다양하며 주로 밤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대개 양 발끝에서부터 증상이 시작돼 무릎까지 증상이 올라오면 양 손끝에도 증상이 미친다. 증상이 오래되면 감각이 무뎌지고 둔감해져서 쉽게 상처를 입고 피부궤양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신경병증이 좋아지려면 근본적으로 당뇨병이 치유돼 신경세포가 충분한 영양을 공급을 받아야 한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장(성형외과 전문의)은 2016년 66세의 당뇨발 환자 A 씨에게 복부에서 추출한 지방 유래 줄기세포를 8회에 나눠 정맥주사를 했더니 8주안에 당화혈색소가 낮아졌다고 13일 밝혔다.
이 환자는 당뇨합병증으로 오른쪽 하지 동맥 혈류가 막혀 족부가 괴사돼 Y대학병원에서 3차에 걸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심장 관상동맥에도 당뇨합병증으로 동맥염증에 의한 협착이 심해 우측 팔에서 혈관을 떼어내 관상동맥에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도 동반돼 좌측 대퇴부에서 발까지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고, 우측 다리 절단한 곳에 환상통이 심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환자는 줄기세포 치료 후 6주차에 초음파 도플러검사 상 좌측 복배동맥 및 엄지발가락 혈류가 정상화됐다. 엄지발가락 궤양도 완치됐다. 혈압도 정상화돼 복용해오던 고혈압약을 끊을 수 있게 됐다. 치료 7주차에는 족부 및 정강이 하방 3분의 1의 지점까지 미치던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혈당도 대폭 개선됐다. 경구용 혈당강하제는 물론 오전에 지속성 인슐린, 오후엔 속효성 인슐린 투여 중이던 환자는 치료 4주차에 속효성 인슐린을 끊었고, 지속성 인슐린도 점차 감량해 투여량이 40 유니트에서 20 유니트로 줄었다. 평균 혈당은 230㎎/㎗에서 치료 6주차에 177㎎/㎗로 조절됐다.
당뇨병 치료 효과 판정에 기준이 되는 당화혈색소도 줄기세포 치료 전엔 11.6%이었으나 이후 매주 0.5%p씩 서서히 감소해 6주차에 7.7%로 안정화됐다. 당화혈색소는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농도를 반영하는 수치로 대한당뇨병학회는 6.5% 이하로 조절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7.0% 이하이면 혈당 조절 상태가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심영기 원장은 “A 환자는 전반적인 당뇨합병증 증상 감소, 인슐린 투여량 감량, 당화혈색소 정상화 등은 1주일 간격으로 투여한 줄기세포가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를 만들어 자체적인 인슐린 분비 기능을 복원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베타세포는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을 구성하는 세포의 하나로 인슐린을 분비한다. 베타세포가 완전히 파괴돼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능을 잃게 되면 제1형 당뇨병이 된다. 제2형 당뇨병은 상대적으로 베타세포의 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 당뇨병이 발생하게 되며 이후 혈당관리를 등한시하거나 장기간 방치하면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점차 약해져서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줄기세포는 병든 세포를 정상세포로 치환해 세포 역할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세포내 호르몬 분비 회복 기능, 병든 곳으로 찾아가는 귀소작용을 한다. 특히 병든 혈관을 회복시키는 신생 혈관생성 능력이 우수하다. 이런 강력한 장점 덕분에 A 환자는 도플러 검사상 혈류가 정상화됐고 궤양이 자연 치유됐다. 환상통의 빈도와 강도도 현저히 줄었다.
심 원장은 “창상 중에서도 특히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당뇨발에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효과적임을 입증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첫 환자 이후 여러 환자를 치료하면서 당뇨합병증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를 모든 환자에게서 경험했으나 치료의 안정성 입증에 더 많은 환자 증례 확보 및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