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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할아버지는 미국의 잭슨 폴락이나 마크 로스코 등과 교류하면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동양의 서예에도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생전에 어떤 사조의 작가로 불리는 것은 싫어했다. 1960년대 피카소를 만난 자리에서는 자신이 왜 초현실주의 화가라고 불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고 한다.”
스페인 현대미술의 거장인 호안 미로(1893~1983)의 국내 첫 대규모 전시인 ‘꿈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 특별전’이 오는 9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호안 미로의 손자인 주안 푸넷 미로(48)는 27일 세종문화회관 수피아홀에서 열린 ‘특별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할아버지인 호안 미로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의 회화를 추구한 작가였다”며 “이번 한국 전시는 1981년 ‘호안 미로 마요르카 재단’ 출범 이후 아시아·유럽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전시”라고 소개했다. 주안 푸넷 미로는 호안 미로의 유족이 설립·경영하는 재단인 ‘석세션 미로’의 대표로 있다. 이번 전시는 호안 미로와 그의 부인으로부터 스튜디오와 작품을 기증받아 운영한 호안 미로 마요르카 재단의 소장품과 석세션 미로의 소장품을 합쳐 총 264점을 선보인다.
스페인의 카탈루니아지역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호안 미로는 1907년 바르셀로나의 미술학교에 입학한 후 1918년 첫 개인전을 열며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1937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출품한 ‘추수’를 통해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1947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는 신시내티호텔 벽화, 하버드대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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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베니스국제전에서 판화부문 국제상을 받았으며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스페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대 천재 화가로 불려 왔다. 뉴욕 유엔본부 벽화를 비롯해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벽화도 제작했으며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1906~1965)와 1956년부터 머물기 시작한 마요르카섬에서 이웃으로 지내며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주안 푸넷 미로는 “이웃이던 안익태 선생과는 함께 산책을 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며 “안 선생이 창단한 스페인의 교향악단에 할아버지가 초대받아 참석하실 만큼 예술가로서 남다른 교류를 나눴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열다섯 살 때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며 “어릴 적 할아버지는 부엌에서 밤새워 그림을 그렸는데 왜 밤새 그리느냐고 물어보면 권투선수가 매일 권투연습을 하듯 화가도 매일 그림을 그려야 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말한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전시를 기획한 필라르 바오스 호안 미로 마요르카 재단 큐레이터는 “호안 미로는 마요르카섬에 머물던 1956년부터 1981년까지 마지막 창작시기에 자신의 이전 작품세계와 단절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작품활동을 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생애 마지막까지 새로운 것을 추구했던 호안 미로의 작가정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는 호안 미로의 작품 264점 외에도 호안 미로가 직접 사용했던 작업도구를 비롯해 미완성 캔버스도 함께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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