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국내 입국 하루만에 이례적 공개 발표
지난해 탈북한 정찰총국 대좌(대위)·외교관 보도에도 사실 확인
지나친 대북제재 효과 홍보 비판·총선용 북풍 조작 의혹 제기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이틀 앞으로 바짝 다가온 시점에서 북풍(北風) 논란에 불이 붙었다.
불을 붙인 건 정부측이다. 선거 전 마지막 주말을 앞둔 지난 8일 통일부는 늦은 오후 시간에 갑작스럽게 해외의 북한식당에 근무하던 직원 13명이 집단탈북해 7일 국내에 들어왔다는사실을 공개 발표했다.
이어 11일에는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북한 정찰총국 출신의 북한군 대좌(우리군의 대령)와 아프리카 한 공관에서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 일가족이 지난해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 등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정부는 이 역시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정부가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론에 먼저 밝힌 것도 그렇지만, 탈북 관련 보도에 대해 통일부나 국방부가 사실을 공식 확인해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인사의 탈북 또는 망명은 실질적으로 국가정보원이 관리할 뿐 아니라 당사자와 북측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신변 보호, 추후 같은 경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 탈북자들의 안전 등을 고려해 공공연한 비밀에 부쳐왔다.
그런데 하필 선거를 목전에 둔 민감한 시기에 집단탈북 사실이 발생 하루만에 공개되는가 하면, 새삼 지난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북한 주민들의 탈북 및 국내 망명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에서 ‘총선용’ 북풍 조작설이 나오는 이유다.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안보 이슈를 부각시키고 정부의 대북제재 효과를 홍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정부가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북한의 해외식당 종사자들의 집단탈북과 정찰총국 대좌 출신의 탈북을 연이어 공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선거중립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탈북자가 입국하면 먼저 관계기관에서 탈북 동기와 위장 탈북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 후에도 북한의 탈북자 가족이 당하게 될 불이익을 고려해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관계기관의 심문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식당 종사자들의 입국 사실을 서둘러 공개하고 북한군 대좌 출신의 지난해 탈북 사실을 뒤늦게 서둘러 공개한 것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북한 지도부가 불안하다는 판단을 유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도 청와대와 정부가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북풍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공개됐다는 의혹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새누리당 상징색인 붉은 재킷을 입고 전국을 도는 것도 모자라 탈북 사건까지 선거에 이용하려 하다니 정말 후안무치하다”며 “청와대의 행태는 국민의 심판을 불러일으킬 뿐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중앙선거대책위 회의에서 “청와대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집단 탈북 ‘사건’을 만들어냈다. 총선이 아니고서는 결코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며 “결국 선거 막바지에 보수 표를 결집시키겠다는 정략적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야당이 근거 없는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무조건 흠집부터 내고보자는 식의 행태는 야당 특유의 ‘의혹 만들기 관행’이자 ‘선거용 억지’에 불과하다”며 “선거 때마다 북풍이니 선거 전략이니 운운하며 정부와 새누리당을 공격해 표를 모아보겠다는 ‘철 지난 공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비판여론과 관련 “집단적으로 탈북한 사실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지금 대북제재 국면에서 아무래도 이런 현상이 나왔다는 것이 또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북 사실 관련 정부의 공개 원칙 △정부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속하게 집단탈북 사실을 공표한 이유 △탈북자들의 인권과 북측에 있는 탈북자 가족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질문에는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한편 이번 북풍이 조작 의혹 등의 비판을 받을지라도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실익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계 인사는 “공천 파문, 옥쇄 파동을 겪으면서 이른바 새누리당의 집토끼 가운데서도 이탈층이 확대되는 분위기였다”면서 “탈북 러쉬와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은 정권 홍보 차원에서도 안보 이슈 부각이라는 점에서도 여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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