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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 전셋값에 실수요자들 ‘우왕좌왕’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의 대단지 아파트 A단지(전용면적 59㎡ 기준)는 전세계약 물건의 가격대가 3억원부터 6억원대까지 다양하다. 가장 최근 거래된 물건을 보면 지난해 12월1일에는 3억원(42층)에 계약됐지만 20일(36층)에는 6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실거래가 보면 3주 새 전셋값이 3억4000만원이나 오른 셈이다.
같은 동네 B단지(전용 84㎡)에서는 작년 12월14일 8억원에 거래되던 것이 22일에는 4억9350만원으로 3억원 이상 값이 빠졌다.
상황이 이러니 오 씨와 같은 실수요자들은 실거래가만 봐서는 시세를 가늠할 수 없다. 현장 중개를 담당하는 공인중개업자들도 의뢰받은 물건을 거래한 것이 아니면 왜 이 같은 가격에 거래가 됐는지 추정만 할 뿐이지 정확한 상황을 알 길이 없다.
A단지 인근 M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호가와 비교해 실거래가가 터무니없이 낮게 거래된 사례가 있다 보니 손님들이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고 중개인들도 임대차2법에 따른 계약갱신 물건이나 가족 간 거래 등으로 추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중 전셋값 현상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을 시행하면서 두드러졌다. 여기에 SH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A단지는 3억원 대에 임대) 물건까지 실거래가에 올라오면서 시세가 말 그대로 뒤죽박죽이 됐다.
이를테면 같은 아파트라도 장기전세 물건이 가장 저렴하고 이어 △계약갱신 물건 △임대-임차인간 전셋값을 합의한 물건 △신규계약 물건 순으로 전셋값이 높게 형성돼 있다.
◇올해 ‘전셋값 착시현상’ 더욱 심화
국토교통부는 앞서 지난해 11월 임대인과 임차인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기 위해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규·갱신계약 여부, 갱신요구권 사용 여부, 종전임대료, 계약기간(월 단위) 등을 중개업자가 신고하고 이를 표시하도록 했다.
다만 신고제는 1년간 계도기간을 둔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는 계약 정보를 표시한 사례가 드물다. 더욱이 수요자들이 쉽게 접하는 네이버부동산 등 포털사이트에는 표시의무가 없어 임대 물건이 일정 가격 흐름을 보이는 매매보다 정보비대칭성은 더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부동산 관계자는 “국토부와 협의 하에 계약갱신 등을 표시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셋값이 다중화하면서 통계가 왜곡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규계약만 반영하는 전세가격지수와는 달리 실거래가를 토대로 통계를 내는 전세실거래가지수는 시장과 동떨어진 결과값이 나올 수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은 전세실거래가지수를 고도화해 정보비대칭성을 줄이기 위한 검토가 필요하며 임대차2법 이후 쌓인 데이터가 통계화할 만큼 충분하지 않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주택 전세가격은 착시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7월 말부터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면서 신규계약건이 늘기 때문에 전세실거래가지수 통계와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가 크게 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