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이행 계획대로라면 고시원 등 필수공간(화장실·주방) 분리가 어려운 경우 생활치료센터에 우선 입소해야 하지만, 이처럼 감염 홈리스 환자들은 열악한 거처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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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고시원 업주는 “어차피 골든타임은 지나버렸다”며 자포자기한 심정을 내비쳤으며, 고시원 내부에서 코로나19 음성 확인을 받은 이들만 분리하는 방식으로만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홈리스행동은 “취약 거처에서 소집단 감염을 방치하는 코호트(동일 집단) 방식 대신 서울시가 빨리 임시생활시설을 마련해서 코로나19 확진자를 빼내 지역사회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 사실상 방치된 홈리스 확진자는 급증하고 있다. ‘2021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서울 영등포, 용산, 중구, 종로, 동대문 등 노숙인 시설이 밀집한 곳에서 발생한 홈리스 감염 확진자는 170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1월 발생한 서울역 노숙인 시설 발(發) 집단 확진자 100여명을 웃도는 수치다. 단체는 “발생 거점이 여러 지역에 걸쳐 있고, 주거 형태도 다원적이고 동시다발적”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월 서울역 발(發) 노숙인 집단감염이 확산할 때 60시간 만에 관광호텔 등과 계약해서 임시생활시설을 마련해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분리한 바 있다.
그러나 위드코로나 이후 코로나19 감염 홈리스에 대한 이송과 치료대책 요구에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환자급증으로 병상이나 생활치료센터 배정에 시간이 지체된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고, 서울시 내부적으로는 홈리스에 대한 복지정책의 문제지 방역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형진 상임활동가는 “지난달 29일 서울시민의 건강과 복지를 총괄하는 행정1부시장에게 면담요청을 한 데 이어 1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반복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현재까지 회신은 없는 상황”이라며 “방역 당국이자 복지 당국인 서울시는 당장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확진, 밀접접촉 홈리스에 대한 이송과 치료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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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상임활동가는 “지난 2년간 노숙인 지정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돼 의료지원 서비스가 막혔는데 그동안 집행실적을 근거로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10% 삭감됐다”며 “집단감염의 진원지였던 응급잠자리는 ‘칸막이 설치’ 예산을 책정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