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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80년 공정거래법 도입 이후 38년 만에 전면 손질에 나설 방침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및 남용을 방지하고, 4차산업혁명을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민관 공동위원장(2명) 및 위원 21명으로 운영되는 특별위원회에는 경쟁법제 분과, 절차법제 분과 외에 별도로 기업집단법제 분과도 운영한다. 기업집단법제 분과는 △기업집단 지정제도 개편 △지주회사 제도 개편 △순환출자, 금융·보험사, 공익법인 등 출자규제 개편 △기업집단 공시제도 개편(해외계열사 공시의무 강화)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행위 규제개선(규제대상 회사 지분율 요건 조정, 부당성 등 입증요건 완화 등) 등을 다룬다.
공정위는 그간 재벌 규제와 관련해 ‘포지티브 캠페인’ 형식으로 자발적 개혁을 요구해왔다. 여전히 지배구조 개편 등이 더딘 가운데 공정위는 이번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 나서면서 재벌 규제 강화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향후 재벌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특별법 신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위원장은 학자시절 장기적으로 대기업집단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을 제외한 상법·금융법·세법 등은 기업집단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개별기업 차원에서만 규제해 왔다. 이를테면 현행 상법에는 ‘지배’ ‘지배주주’ ‘기업집단’ 등 기본개념조차 규정돼 있지 않다. 개별회사만 규율하는 상법만으로는 한국만의 재벌 특수상황을 반영해 실효성 있게 개혁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학자시절 이런 상황을 빗대 “선수는 기업집단인데 심판은 개별기업만을 상대하고 있다”며 “기업집단의 권리와 의무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발생하고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지만 이를 신속하게 회보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 독일 등 일부 유럽대륙국가에서는 성문법을 통해 기업집단 자체를 법적 권리와 의무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 독일의 콘체른법(1965년 주식회사법 3장)은 성문 기업집단법의 대표적인 법률인데, ‘계약상 콘체른’과 ‘사실상의 콘체른’이라는 두 유형의 기업집단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당시 “상법 개정은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법이다보니) 개정 효과와 진행속도가 매우 미흡하기에 재벌 규제 부담이 주로 공정거래법에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이를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별도로 대기업집단법 제정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과 상법·금융법·세법 중 재벌개혁을 위해 필요한 일부 강화된 규정만 별도의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편 과정에서 재벌 특별법 제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제가 생각하는 기업집단법은 하나의 단일법은 아니다”면서 “독일의 콘체른법도 단일법이 나리나 주식회사법의 한 탭터에 불과한 데다 우리 상황에서 단일법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생각하는 기업집단법은 단일법으로 하기보다는 (상법 등 경제법에 재벌규제) 관련 요소들을 부분적으로, 점진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라면서 “다만 근본적인 개선은 매우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