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통상차관보 "美, 한국 등 12개국 철강만 제재시 WTO제소"

김상윤 기자I 2018.02.19 17:12:37

아웃리치만 주력하겠다는 정부
보복 조치 언급하는 중국과 차이
"강한 제재시 WTO 제소"도 시사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미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12개국에서 들여오는 철강제품에 53%의 관세율를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아웃리치(외부접촉)을 통해 최종 제재 수위를 낮추겠다는 소극적인 행보에서 한발짝 나간 조치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제재안을 봐야한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일부 국가에게만 차별적으로 관세를 물릴 경우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1조의 안보예외 조항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WTO제소 방향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무역확장법 제 232조에 따라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와 조치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제재 권고안에는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대해 일률적으로 24%의 관세율을 추가로 부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12개국에서 들여오는 철강제품에 53%의 관세율를 부과 △모든 철강 제품에 대해 수입량 제한(수입할당제)을 적용해 2017년 물량의 63% 수준으로 규제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중 2안은 사실상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대미 수출을 막는 강력한 제재가 된다. 철강 수출은 결국 관세에서 판가름 나는 터라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미국 상무부 권고안이 나오기 전에 아웃리치 활동에 전념했다. 지난해 5월 공청회가 끝난 이후 양자·다자회의를 계기로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에 지속적으로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한국산 철강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강 차관보도 지난 1월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상무부를 만났고, 철강업계도 주지사 및 상원의원 등을 통해 외교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상무부는 한국을 포함하는 제재안을 내면서 정부의 통상채널이 무의미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강한 제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지만 과거보다 폭넓고 하이레벨차원에서 아웃리치를 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은 상황이다. 중국이 보복 조치를 시사하며 강한 반발에 나선 것과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강 차관보는 “현재는 상무부의 권고안만 제출됐을 분 최종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업계 피해 최소화를 하기 위해 실효적인 방안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현재로서는 팩트해 정확한 통계를 분석하고 아웃리치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다만 정부는 최종안이 나오기 전에 사전에 WTO제소여부도 검토하면서 사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차관보는 “이번 무역확장법 232조는 GATT 21조에서 규정하는 안보 예외 사유를 적용받느냐가 핵심이다”면서 “3가지 대안중 12개국 차별적 대응은 충분히 GATT21조 예외하기는 어렵다고 인식하는 만큼 최종 결정이 이런 방향으로 난다면 WTO제소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 차관보는 이번에 한국이 12개국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외교적 관점보다는 경제산업적 관점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철강 산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전제하에 미국은 과잉생산 능력이 산업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미국 안보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철강 산업 가동률을 80%까지 올려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위해 1330만톤 정도의 철강 수입을 줄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번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스 장관의 현지 인터뷰를 통해 미뤄볼 때 최근 설비 증가율과 중국산 철강재 수입 비중, 수출 품목의 특성, 대미 수출 증가율 등을 고려해 12개국을 선정한 것 같다”고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