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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조철현 기자I 2015.04.08 16:20:00
[이데일리 조철현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했던가. 봄이 왔건만 도무지 봄 같지가 않았다. 올해 봄 날씨가 그랬다. 꽃샘추위에 황사까지 겹치는 등 봄의 시샘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계절은 역시 속일 수 없나 보다. 4월과 함께 완연한 봄이 성큼 다가왔다.

건설업계에도 봄날이 찾아왔다.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던 예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출발이 좋다. 일각에선 거품 논란도 일고 있다. 진원지는 주택시장이다. 신규 분양시장은 물론 기존 주택 거래시장도 되살아난 느낌이다.

올해 들어 3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2만 8494건으로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 2006년 이래 최다치다. 작년 같은 기간(2만 2856건)보다 25%나 늘었다. 3월 거래량만 보더라도 1만 3117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2006년 3월 거래량(1만 2843가구)을 넘어섰다. 사상 최악의 전세난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내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거래가 늘면서 집값도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분양시장도 여느 때보다 뜨겁다. 모델하우스는 연일 방문 인파로 넘쳐나고 청약 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오랫동안 침체를 겪었던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그런데도 봄 기운을 느끼기가 개운치만은 않다. 공급 과잉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자 건설사들은 앞다퉈 분양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민간에서 공급할 신규 분양 물량은 2002년 이후 최대치인 34만 7000가구에 달한다. 공공 물량까지 합치면 40만 가구를 훌쩍 뛰어 넘을 전망이다. 당장 이달에만 월별 물량으로는 사상 최대인 5만 6808채가 쏟아진다. “앞으로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데 ‘큰 장’이 섰을 때 물량을 쏟아내자”며 건설사들이 물량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는 결과다.

물론 최근의 주택 공급 활기는 그동안 경기 침체로 공급 물량이 줄어든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뿐 대규모 미분양을 우려할 정도의 공급 과잉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2017년까지 신규 공공택지 공급이 제한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공급 물량은 충분히 소화할 만한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택 공급 증가는 그 자체로 주택 경기 회복의 징후이고, 서울·수도권 전세난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제는 급증하는 공급 물량을 주택 수요가 과연 따라와 줄지다. 정부가 예측한 향후 10년간 주택의 적정 수요량은 연간 39만채다. 그런데 실제 공급된 주택(인허가 기준)은 2013년 44만채, 2014년 51만 5000채나 됐다. 올해 역시 분양 열기를 감안하면 적정 수요량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시장의 수요를 고려지 않는 ‘묻지마식’ 쏟아붇기가 야기할 결과는 뼌하다. 지금의 물량 공세가 2~3년 뒤에는 ‘입주 폭탄’ 때문에 집값이 또다시 폭락하고, 미분양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미분양은 건설업체에 자금 압박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건설업계 전반에 경기 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

그렇다고 주택 과잉 공급을 제어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공 분양 물량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공급 시기를 조정할 수 있지만, 민간 분양주택은 정부가 나서서 강제로 축소할 수 없다.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주택 경기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는 알 수 없다.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장기적인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공급 속도 조절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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