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 간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놓고 벌어진 강 대 강 대치가 8일째 이어진 가운데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식에서도 ‘의료파업’의 영향이 미쳤다. 서울대 의과대학장 등 의대 관계자·학생들은 의사의 정부의 무리한 의대정원 확대를 비판하면서 의사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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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서울대 의대학장은 이날 의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했다. 김 학장은 “요즘 필수·지역·공공 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증원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은 우리 대학에 한층 높은 사회적 책무성을 요구한다”며 “여러분은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라는 직업은 국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 속에서 함께 해야 하는 숭고한 직업”이라면서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직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무리한 의대 정원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과대학 동창회 부회장 A씨는 “오늘 학위 수여식은 한바탕 축제가 돼야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의료사회는 정부의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깊은 혼돈에 빠졌다”면서 “여러분이나 교수님, 동창회원 모두 마음이 착 가라앉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간에도 정부는 대화나 협치를 해보겠다는 의지보다는 갈등만 증폭시키는 양상이라 더욱 답답하고 착잡한 심정”이라면서도 “갈등과 위기를 겪어왔지만 그때마다 단합된 의지와 지혜로 어려움을 잘 극복해왔다”고 말했다.
학생대표로 나선 B씨는 졸업생 답사 자리에서 “우리 의료계는 갑작스럽고도 그 어느 때보다 추운 혹한기 속에 있다”면서 “이 추위의 끝에 봄이 찾아올지, 아니면 이게 길고 긴 겨울의 시작일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4년 전 본과에 올라와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서 “저희 학번은 시작과 끝이 모두 쉽지 않았는데 때때로 이런 외부의 추위가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졸업식에선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취재진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학부모 C씨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더 커지지 않고 원만히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보는 것인데 우리도 국민인지라 서로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의 어머니 역시 “자식이 오늘 서울대학장이 말하며 강조한 사회적 책임감을 잘 지키며 의사 생활을 앞으로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