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장씨 vs 최씨’, 고려아연 이사회서 진검승부 벌이나

김성진 기자I 2024.01.09 16:28:43

오는 3월 19일 주주총회 개최
장형진 고문 재선임 여부 관건
불발 시 본격 표대결 가능성
‘국민연금·외국인’ 캐스팅보트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세계 1위 아연 제련업체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집안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집안이 지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올해 주주총회서 양측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각자 집안을 대표하는 장 고문과 최 회장의 임기가 모두 오는 3월 만료되는데, 서로 상대방의 연임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월19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고려아연은 주총 개최 전 주총 소집을 위한 이사회를 열고 이번 주총에 상정할 안건을 확정한다. 이번 주총에서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의 연임과 교체 안건이 대거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총 11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고문이 포함돼 있다.

(왼쪽)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왼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각사.)
관건은 고려아연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장 고문의 재선임 안건 상정 여부다. 장 고문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경우 양측 가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극단적인 갈등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 싸움에 핵심 역할을 하는 그룹 계열사 영풍정밀 이사회는 지난해 임기 만료를 앞둔 장 고문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장 고문은 현재 고려아연에서만 30년 넘게 재직 중인데, 만약 올해도 연임에 성공할 경우 7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장 고문의 재선임 안건을 아예 상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씨 가문이 장 씨 가문을 아예 배제시키고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 간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도 마찬가지로 올해 재선임을 앞두고 있는데 이 안건에 대해 장씨 가문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최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확정한 상태다. 표대결이 펼쳐지면 한 끝 차 승부가 예상된다. 고려아연 정관은 안건 결의 기준을 출석한 주주 과반수의 찬성표로 규정하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장씨 가문 지분이 10% 이상 차이로 최씨 가문을 압도했지만 현재 지분율은 최씨 가문이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씨 가문이 약 33%, 정씨 가문이 32% 수준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캐스팅 보트(결정권)를 쥔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가 과연 어느 쪽에 표를 던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8.48%를 손에 쥔 핵심 주주로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 최윤범 회장이 최근 해외 행보에 적극 나선 것도 외국인 투자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고려아연이 해외 기업 설명회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최 회장이 올해 다보스 포럼에 참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