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 직원 유령회사 세워 용역비 ‘꿀꺽’…法 “감독 소홀로 사측도 책임”

박정수 기자I 2023.02.06 16:54:40

2011년부터 현대위아 행사 전담…구두계약 후 용역비 지급
구두 계약 이용해 현대위아 직원 행사 물품 대납 요구
“직원 말 믿고 송금”…알고 보니 직원이 세운 유령회사
법원 “직원 불법행위 감독 소홀…손해배상 책임 있어”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현대위아(011210) 직원이 유령회사를 세워 용역비를 편취했으나 현대위아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피해회사에 손해배상 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속 직원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사진=현대위아)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4민사부(재판장 이석재 부장판사)는 국제회의 기획업을 하는 A사가 현대위아를 상대로 낸 10억원 규모 용역비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승 판결을 내렸다.

A사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현대위아가 주최한 딜러 초청행사, 전 세계 딜러 대회 등 전시회에 관해 현대위아와 행사 운영 일부에 관한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전시회에 참가한 현대위아 고객을 위한 숙박, 수송, 만찬, 제작물 제작 등의 용역을 수행했다.

A사와 현대위아는 각 위탁계약의 체결에 관해 계약서 등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고, A사가 위탁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뒤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총비용의 약 8%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청구하면 현대위아가 그 직후 해당 용역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 유행으로 전시회가 개최되지 않았으나 현대위아의 B직원은 2021년 1월 A사 이사에게 5월에 전시회가 개최되니 A사가 총괄 운영을 맡아 진행해 달라고 했다.

다만 B직원은 A사 이사에게 2021년 5월에 개최될 전시회 관련 판촉물 납품업체에서 현대위아에 납품해야 할 판촉물 대금을 대신 지불해주면 차후에 지급해 주겠다고 했고, 또 행사 관련 터치스크린 업체에 터치스크린을 납품받아야 하는데 그 이전에 업체가 터치스크린을 완성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비, 장비 구입비 등을 먼저 지불해 주면 행사 후 결제해 주겠다고 했다.

A사 이사는 현대위아 B직원 말만 믿고 판촉물 납품업체에 약 3000만원을 송금한 것을 비롯해 총 11회에 걸쳐 약 9억2000만원을 보냈다. 이후 A사는 B직원에게 용역비 약 10억1400만원(송금액의 10~15% 수수료 포함)의 지급을 요청했으나 용역비를 지급받지 못했다.

현대위아 측은 2021년 5월에 개최하기로 한 전시회가 없다고 통보했고, 이후 이러한 사건으로 인해 2021년 11월 B직원을 해고했다. B직원이 A사에 말했던 터치스크린 업체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B직원이 설립한 업체로써 실체가 없는 업체였다.

결국 A사가 지불한 대금을 현대위아 B직원이 모두 편취했다. 이러한 범죄로 인해 현재 B직원은 지난해 8월 인천지방지법의 유죄 선고를 받고 구속된 상태이며 B직원이 항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는 “B직원의 불법행위는 객관적으로 현대위아의 사무 집행 행위와 관련된 것”이라며 “현대위아는 B직원의 직무수행 범위를 분명하게 제한하거나, 계약 또는 관리 업무 내역을 확인하는 등 지휘·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현대위아는 B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해 A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현대위아는 A사가 다른 직원을 통해 조사했다면 B직원의 기망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A사의 중대한 과실로 사용자 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며 “하지만 A사는 현대위아와 2011년부터 구두로 계약하고 장기간 문제없이 거래해 B를 의심하거나 다른 직원을 통해 재확인했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대위아의 손해배상책임을 과실상계의 법리와 공평의 원칙에 따라 A사가 입은 손해액의 7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 일부승 판결을 내렸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판결에 따라 A사에 손해배상을 완료했다”며 “다만 소속 직원의 횡령 문제이기 때문에 현대위아 측에서도 손해를 봤다. 법적인 검토를 통해 구상권 청구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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