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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현대제철, 美 철강쿼터 ‘품목 예외’ 신청…“승인 여부 미지수”

김미경 기자I 2018.09.03 13:32: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일리노이주 제철소를 견학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가 미국의 철강 쿼터(할당)에 대한 ‘품목 예외’를 신청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내렸던 철강제품 쿼터에 대해 선별적 면제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취하는 첫 번째 조치다.

품목 예외 승인을 받으면 미국 상무부의 승인 물량만큼 쿼터 적용을 받지 않고 수출할 수 있어 대(對)미 수출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지만, 승인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게 업계 전언이다.

3일 포스코(005490)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이 회사의 자동차강판 전문 가공센터 POSCO AAPC는 최근 미 상무부에 품목 예외를 신청했다.

품목 예외는 미국 내에 있는 기업만 신청할 수 있으며 외국기업의 미국 현지법인도 가능하다. 또 미국 현지 업체가 쿼터 시행으로 필요한 제품을 납품받지 못했다고 판단, 이를 입증할 시에만 예외가 인정된다.

미 연방관보에 접수된 품목 예외 신청서에서 POSCO AAPC는 변압기 제조에 필요한 방향성 전기강판을 포스코 본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며 일정량을 계속 한국에서 수입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철강업체 AK 스틸도 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하지만 필요한 물량이나 사양을 공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변압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앨라배마주의 현대일렉트릭 미국법인도 포스코 전기강판이 필요하다며 품목 예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POSCO AAPC가 전기강판과 더불어 LG전자가 미국 현지에서 드럼 세탁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스테인리스강 등 미국 현지 가전업체에 공급하는 철강에 대해서도 품목 예외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004020) 미국법인도 현대차와 기아차, 자동차부품업체의 현지 공장에 공급하는 냉연과 튜브 등 일부 자동차용 철강을 쿼터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제철은 해당 품목을 한국에서 수입하지 못할 경우 현대·기아차의 미국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명분을 들었다.

다만 상무부가 심의 과정에서 품목 예외에 대한 반대 의견도 받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의 요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미 US스틸과 AK스틸 등 미국 철강업체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신청한 품목을 미국에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며 품목 예외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현지 미국업체들의 반대 의견도 받고 있고, 쉬운 절차도 아니다. 다만 승인이 날 경우 잠시 숨통을 트일 수 있어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에는 관세국에 대해서는 심사를 진행해 왔으나, 쿼터국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심사를 홀딩해 왔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법적 근거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우리나라에 25%의 관세를 면제해주는 대신 철강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했다가, 지난달 29일 선별적 쿼터 면제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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